[프랑스서 만난 우주항공 산업] ④·끝 현지 기업 전략은

조규홍 2025. 7. 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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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제조·중기 지원·스타트업 육성… 우주로 정조준!

프랑스 현지 우주항공 기업들은 이미 구축된 산업 생태계를 이용하면서도 이를 더 견고하고 크게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럽우주국(ESA)과의 협력도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의 발사체 ‘아리안 6’를 제작하고 있는 아리안스페이스는 대형 발사체 제작에도 자동화를 도입했다. 유럽 최대 인공위성 기업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스타트업 지원에도 나서며 성과가 나오고 있다. 툴루즈에 소재한 사프란은 항공기 엔진부터 좌석까지 광범위한 제품을 세계에 납품하는 거대 부품사다. 이들 기업의 발사체 생산 현장 모습과 향후 전략을 알아봤다.

프랑스 우주 기업 아리안스페이스에서 아리안 6호 조립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ArianeGroup/

아리안스페이스 ‘아리안6’ 제작
수직→수평 조립 전환해 제조 혁신
프로메테우스 엔진 재사용 시험 추진
연료통 모듈 제작엔 자동화 도입도

사프란, 우주항공 분야 부품 총망라
방위 AI 전문기업 인수해 사업 확장

◇발사체 제작에도 자동화 도입=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레뮤호에 위치한 아리안스페이스. 이곳에서는 유럽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아리안 6호의 최종 검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아리안 6호는 유럽우주국(ESA)의 중대형 발사체다. 아리안그룹 자회사 아리안스페이스가 제작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첫 발사가 이뤄졌고 아리안스페이스는 올해 5회가량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향후 연 10회 발사가 목표다. 이는 아리안 5호의 발사 횟수보다 약 2배 많은 것이다.

프랑스 유럽우주국 본부 모습./조규홍 기자/

이날 아리안스페이스 공장에서 아리안 6호는 수평으로 누인 채 제작됐다. 주요 조립이 끝난 현장에서는 2개 층 높이 이동식 작업대가 이동하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작업자는 5~6명이 오고 갔다. 작업대 인근 모니터에는 생산 명령과 작업 현황이 나타나 있다. 최종 작업인 만큼 발사체 외형은 거의 다 갖춰진 상태였다.

아리안 6호는 중대형 발사체로 최대 발사 중량은 21t(저궤도)이다. 누리호는 저궤도 발사 중량이 2t이다.

발사체 조립 작업 뒤편으로는 연료탱크 제작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최대 6~8개 연료탱크 모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아리안스페이스가 연료탱크 모듈 생산에서 강조한 점은 자동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것이다. 직경 5m40㎝의 원통형 모듈을 자동으로 용접할 수 있다. 자동 용접 설비는 아리안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해서 적용했다. 또 아리안 6호에 들어가는 불칸2.1 엔진에도 3D 프린트로 제작한 부품을 탑재해 생산 비용을 절감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메탄과 액체산소 혼합물을 추진제로 사용하는 프로메테우스 엔진을 재사용할 수 있는 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에서 한국 취재진이 성층권 비행선(STRATOBUS)을 이용한 AII-IN-ONE 시뮬레이션을 체험하고 있다./조규홍 기자/

◇지상·해군·항공·우주 총망라 ‘사프란’=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씨 소재 사프란 일렉트로닉스 앤 디펜스(이하 사프란E&D) 연구소에는 사프란E&D의 각종 제품이 망라돼 있었다. 사프란E&D는 세계에 1100여 개의 고객사를 갖고 있고, 50여 개국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고용인원은 세계적으로 10만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약 43조원이다.

프랑스 마씨 소재 사프란E&D 연구소 전경./SAFRAN/

사프란은 항공기 좌석부터 미사일 등 항공, 지상 방산, 우주, 해군, 전자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장에서 센서의 급격한 증가와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며 인공지능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프란E&D는 2015년부터 AI를 핵심 혁신 분야로 삼아왔다. 회사는 2024년 프랑스 방위 분야 AI 전문기업인 Preligens사(社)(현재 Safran.AI)를 인수, 유럽 내 독보적이고 주권적 역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3일 기아나 우주 센터에서 아리안그룹의 아리안 6 발사체가 발사를 앞두고 세워져 부스터가 결합되고 있다./ArianeGroup/


중기 지원에는 ‘에어로스페이스 밸리’
자체 브랜드 만들어 기업 경쟁력 제고

우주기업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300만유로 투자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

경남도·KAI, 현지 네트워크 구축 노력
도내 기업 진출 지원·수주 마케팅 활동

◇중기 지원 역할 ‘에어로스페이스 밸리’= 프랑스 툴루즈에는 우주항공 분야 산학연 협력 조직(클러스터)인 에어로스페이스 밸리가 있다.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는 한국으로 치면 중간 지원기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툴루즈와 보르도 지역의 우주항공 클러스터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520개 기업이 회원사로 있고 이들 기업은 14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우주항공 산업 전체 일자리의 40%를 차지하는 규모다. 또 연구원 8500명, 학생 1만3000명도 이 클러스터에 있다.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는 기업 회비 75%와 지자체 지원금 25%로 운영된다. 18개 국가와 세계적 네트워크도 갖고 있는데 경남테크노파크도 에어로스페이스 밸리와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틸로 쇤펠트 에어로스페이스 밸리 국제협력담당관은 클러스터의 핵심 기능을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는 우주 관련 콘퍼런스,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돕는다”며 “이는 중소기업을 하나로 묶어 시장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전략이다. 클러스터의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곳이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협업 성과도= 프랑스 툴루즈 소재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유럽에서 손에 꼽는 우주 기업 중 하나다. 1983년에 한국 지사도 설립하며 한국 통신위성과 관측위성 제작을 맡아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만난 올리비에 길베르 부사장은 회사의 주요 혁신 전략 중 하나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꼽았다. 회사는 최근 3년간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금까지 1300개 스타트업을 발굴해 최종 150개 사를 선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위성데이터 전문 국내 스타트업인 스텔라비전도 포함돼 있다. 회사는 스타트업과 협업 과정에서 300만 유로(한화 약 483억원)를 투자했고 실제 수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비에 길베르 부사장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회사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것”이라며 “스타트업과 탈레스 양쪽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경남도 파리사무소 회의실에서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조규홍 기자/

◇경남도·KAI, 프랑스 현지 네트워크 강화= 경남도는 지난달 파리사무소 문을 열며 현지 기관, 기업과 도내 우주항공 산업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만난 이채임 경남 파리사무소장은 “경남은 20년 이상 우주항공 산업에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라며 “파리사무소가 도내 기업 발전을 증폭시킬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도내 화학 관련 기업이 프랑스 진출을 위한 지원을 요청해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유럽 내 대학에도 경남의 우주항공 산업을 알릴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은 프랑스 툴루즈에 2021년 사무소를 설치해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툴루즈에는 에어버스 본사가 위치하고 있고 KAI는 에어버스의 최고 등급 부품 공급사다. KAI 툴루즈 사무소는 개소 후 지금까지 에어버스의 7000억원 규모의 사업 수주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또 에어버스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사에만 제공하는 제안요구서(RF) 입수 건수를 보면 2023년 72건으로 툴루즈 사무소 개소 이전인 2020년(14건)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폐쇄적 문화가 짙은 프랑스 우주항공 업계의 벽을 뚫은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욱 KAI 툴루즈 사무소장은 “툴루즈에는 항공기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며 “고객사 인근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사업 물량을 더 키우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우주항공 과정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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