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폭우에 쓸려간 유골함과 사진들…흙에 묻힌 '삶의 조각'을 찾아서

이상엽 기자 2025. 7. 3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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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원 산사태…봉안묘 유골함 100여기 휩쓸려


[앵커]

기록적인 폭우에 경기 북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죠. 이 과정에서 이미 떠나보낸 가족을 또 한 번 잃어버린 유족들이 있습니다. 폭우에 유골함이 사라지고, 유품과 사진이 흙더미에 파묻힌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기자]

남편은 10년 동안 몸이 아팠습니다.

일평생 가족만을 아껴온 사람입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떠나보내고 이곳에 묻었습니다.

[유족 : 좋은 곳에 가서 잘 계시라고. 그리고 항상 여기를 자주 오고 싶고 자주 왔고.]

그런데 지난 20일 새벽 남편을 또 한 번 잃었습니다.

산에서 쏟아진 물과 흙이 봉안묘를 덮치면서 유골함이 사라진 겁니다.

이 산사태로 유골함 100여기가 흙탕물에 휩쓸렸습니다.

[유족 : (남편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을 말할 수가 없죠. 내가 죄인 같은 그 심정을…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찾아야 한다고.]

추모공원 측은 "유족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산사태 원인을 조사하고 응급 복구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산골짜기를 따라 굴착기들이 바윗돌 사이를 움직입니다.

젊은 공무원은 이 산속 깊숙한 곳에서 할머니를 구했습니다.

[박수완/경기도청 연인산도립공원팀 주무관 : 뭐 드실 게 없어서 돌 틈에서 막 간신히 고추 같은 것 씻어서 드시고. 저는 아무렇지 않게 밑에서 생활하는데… 산속에서 고립되신 것을 보니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나흘 동안 길을 뚫고 지게를 멨다고 합니다.

[박수완/경기도청 연인산도립공원팀 주무관 : {올라갈 때의 마음과 내려갈 때의 마음이 달랐을 것 같아요.} 올라갈 때는 일단 빨리 가야겠다는 조급함. 내려올 때는 지게가 가벼워지긴 했는데 (구호 물품을) 더 가져다드리지 못했다는 게…]

'산과 산 사이의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 직접 가봤습니다.

중산리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올라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전봇대가 완전히 기울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보면요.

지금도 복구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때 누군가 찾아준 가족사진, 엄마는 눈물이 나옵니다.

[이순자/경기 가평군 중산리 : 아기들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인데 다 흙투성이여서… 닦아야지. 닦아서 보관해야지.]

집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기가 거실이거든요. 바닥을 한번 비춰주시죠.

이렇게 흙탕물이 꽉 들어찼습니다. 그리고 비가 왔을 땐 발목 깊이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하고요.

안방으로도 한번 가보겠습니다. 바닥이 많이 미끄러운데요. 이불이 이렇게 밖으로 나와있고요.

여긴 안방입니다. 원래 침대와 장농이 있던 곳인데 여기도 침수가 됐었습니다.

[홍창권/경기 가평군 중산리 : 내가 귀가 어두우니까 몰라. 그런데 이 사람이 갑자기 뛰쳐나와서 피신한 거야.]

또 다른 마을에 홀로 사는 할머니, 산사태가 지금도 무섭습니다.

[정옥순/경기 가평군 상판리 : 나는 그런 소리 난생처음 들었어. 아주 내가 오그라들었어. 소리가 요란해. 비는 퍼붓는데 앞마당에 뛰어나갔어. 벼락이 친 줄…]

아들은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에 달려갔는데,

[정옥순/경기 가평군 상판리 : 전화 받고 뛰어갔어. '엄마, 여기는 일도 아니야' '저기 마일리는 더 말도 못 해, 사람도 많이 돌아갔어' 이러더라고.]

할머니를 위해 또 다른 아들들이 찾아왔습니다.

[정옥순/경기 가평군 상판리 : 군인들이 3일 동안 흙을 파냈어. 금쪽같은 아들들이 와서 했지. 남의 금쪽같은 아들들이 와서 애썼어.]

이곳 주민들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노력 덕에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합니다.

수해가 지나간 지 열흘째. 여전히 이곳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누군가 흙더미 속에서 찾아준 삶의 조각이 이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유승민 VJ 김진형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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