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폭우가 남긴 상흔…다시 일으키는 연대의 손길

KBS 지역국 2025. 7. 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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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7월 16일부터 3일간 누적 강수량 800밀리미터가 쏟아진 산청엔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사나운 물살은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을 폐허로 만들었고 소중한 생명마저 앗아갔습니다.

비가 그친 이후 드러난 수해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역대급 물폭탄에 산청은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비는 멈췄지만 무너진 벽 너머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공간엔 토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갑자기 덮친 산사태와 침수로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한 명의 주민은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끊겼던 전기는 모두 복구됐지만 도로와 하천은 여전히 복구 중인데요.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급수마저 제한된 일부 마을은 오늘도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산청군 신안면의 또 다른 마을.

이번 폭우에 산청에서는 200여 헥타르에 달하는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청년 농업인 유창윤 씨의 마음은 갈라진 흙바닥처럼 메말랐습니다.

지난해 3억 원을 들여 새로 지은 비닐하우스는 제방을 뚫고 들이닥친 물살에 성한 곳 없이 무너졌고 애써 키운 딸기 모종도 모두 떠내려갔습니다.

[유창윤/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맨 처음에 작업하다가 멋모르고 작업하다가 발목이 잠기고 종아리까지 차서 아, 이제 일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올라갔는데 올라가던 찰나에 갑자기 진짜 둑이 터지면서 급류가 오면서 이제 강물이 유입되는 순간 다 쓸고 간 거예요."]

같은 피해를 입은 아버지도 참담한 마음을 숨기지 못합니다.

[유경원/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정말 빚에서 시작해 빚으로 남아 있는 건데 이걸 어떻게 회생할 거냐…. 그냥 한마디로 참담하다. 나는 이제 어쩌지. 어떻게 살지. 참담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죠."]

최대한 빠른 수해복구를 위해 산청에서는 4,300여 대의 장비와 2만 4,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힘을 보태고 생필품 지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곽도현/한국농어촌공사 경북본부 : "현장 와 보니까 피해가 큰데 아무래도 상심이 많으실 것 같고 작은 도움이지만 이런 게 모여서 하루빨리 좀 많이 회복됐으면 좋겠습니다."]

복구 작업은 멈추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유창윤/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가장으로서는 이제 책임감이 있는데 그 책임감을 다 못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진짜 뭐 애들 갓난아기 둘 보면 눈물밖에 안 나오고 계속 지금 우울한 감이 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가면 갈수록 더 뭔가 답이 없는 것 같고 이제 조금 현실이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락형/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우리 지역민들 전체가 말을 조금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걸음을 걸어도 발걸음이 어디 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지금 그런 실정에 있습니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대피소 인근에선 이재민들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에 나섰습니다.

[이순미/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 간호사 : "제가 오늘 상담을 해 보니까 처음에 폭우가 많이 쏟아졌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놀랐다고 그렇게 이제 호소를 많이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폭우가 많이 쏟아지면서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심리 상담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보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아픔을 지을 수는 없지만, 마음을 보듬는 위로의 손길이 일상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급식소로 변한 산청읍 행정복지센터.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하루 세끼의 식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종권/구세군 경남지방장관 : "'우리가 뉴스로 보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었어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우리가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이 돼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교대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청에서는 삶의 터전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들이 묵묵히, 이곳에 전하는 건 함께 살아나가자는 다정한 연대의 마음입니다.

[유락형/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자원봉사자 많이 오셔서 고생을 하고 있죠. 그 사람들 아니면 우리는 고스란히 죽는 판이죠. 참 고마운 마음에서 눈물밖에 안 납니다."]

[김해옥/경남여성리더봉사단 총회장 : "완전히 복구가 될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리겠지만 열심히 또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를 꼭 냈으면 좋겠습니다."]

폭우가 지나간 자리, 그곳에는 다시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이 산청을 다시 일으키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방수빈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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