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사직구장 재건축 실종 사건은 종결됐나?
최근 경험을 먼저 소개하겠다. 야구를 아주 좋아하는 지인이 있다. 지난 7월 25~27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후반기 롯데의 첫 홈 3연전을 직관하려고 했다. 그는 지난 18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온라인 티켓 예매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롯데의 온라인 티켓 예매는 3연전 첫 경기가 열리는 날의 일주일 전 오후 2시부터 이뤄진다. 오후 1시 30분 온라인에 미리 접속했을 때 대기 순번이 이미 10만 번을 넘었다. 순간 지인의 얼굴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오후 2시부터 온라인 예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긴장한 모습으로 대기가 줄어드는 걸 지켜봤다. 다행히 30분 정도 지난 후 원정 응원단이 주로 앉는 3루쪽 티켓 2장 예매에 성공했다. 롯데 팬이 선호하는 1루쪽이나 본부석 부근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인 표정은 몹시 밝았다.
아마도 이 모습은 올 시즌 롯데 팬들이 흔히 겪는 일상일 것이다. 아주 심한 경우 대기 순번이 100만 번을 넘을 때도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이런 팬들의 간절함이 모여 지난 26일 사직 홈 관중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정도면 부산에서 야구는 일상이다.
부산시는 지난 3일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박형준 시장이 기자회견에 직접 등판했다. 박 시장은 ‘사직야구장 재건축의 첫 이닝이 열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부산 시민의 오랜 바람이던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중투심 통과는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이 행정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실종 사건’이란 이야기를 들을 만큼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그런 면에서 첫 이닝에 들어간 것은 재건축 사업이란 경기가 시작됐다는 의미여서 야구팬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플레이 볼’이 선언됐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의 날씨 같다. 언제든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는 난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가장 큰 산은 대체구장 또는 임시구장 문제 해결이다. 새로운 야구장을 짓는 동안 롯데가 3년 동안 임시로 사용하게 될 대체구장 건립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의 영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대체구장으로 조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직구장 재건축 점검’ 시리즈를 통해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지적했다. 가변 좌석 설치와 안전 문제, 야구장에 맞는 조명 설치, 지붕 막 제거 여부, 적정 관중석 규모 등. 어느 것 하나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더구나 대체구장 조성 비용 추산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들쭉날쭉하다. 그래도 공통점은 있다. 전문가들은 시가 예상한 200여억 원으로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시간도 촉박하다. 시는 “2026년 1월부터 2028년 1월까지 대체구장 조성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7년 6월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이 열린다. 행사가 끝나야 대체구장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2028시즌 개막까지 주어진 시간은 1년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 기간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대체구장으로 변신시킬 수 있을 지 장담하기 힘들다.
대체구장이란 산을 넘어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 조달 등 경기 중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난관이 줄줄이 이어진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도 변수 중 하나다. 부산 야구팬은 이미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국제신문은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과 관련된 각종 사안을 정밀하게 파헤쳤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 문제들을 해결해야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의미다. 만약 이미 제기된 대체구장 등의 문제로 사직구장 재건축이 지연되고, 실종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시간이 지난다고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이 남으니까.

야구가 일상인 부산에서 더는 실종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상이 깨지면 팬의 간절함은 분노로 바뀔 수 있다.
김희국 스포츠부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