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먀콘과 기후위기

김태옥 충북대학교 러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2025. 7. 3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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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숨을 쉬기에도 버거운 하루. 현재의 태양과 열기는 나무 그늘도 뚫고 들어온다. 기후위기와 인류세가 전하는 현실이 실제 우리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급속도로.

대부분이 잘 모르지만 21세기 기후위기의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가 러시아다. 우리가 흔히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말로, 러시아가 아닌 전 세계의 기후위기에 대해 논하지만 그 영구동토층이 실존하는, 그것도 전체 영토의 65%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기후위기는 인간의 생존과 거주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러시아의 영구동토층의 붕괴는 건물 균열, 마을 붕괴로 이어지고 있으며, 곳곳에 상상 이상의 거대한 싱크홀을 만들어내고 있다.

북극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17만의 도시 노릴스크는 니켈과 유전 개발을 위해 탄생한 도시로 도시 전체가 영구동토층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도시 건물 60%가 변형이 되고, 100여동 이상의 건물이 퇴거 조치를 당했다.

아파트가, 학교가, 관공서가, 도로가 금이 가고 쓰러지면서 주민이 거주를 포기하고 이주를 하고 있다. 내가 앉아 있는 소파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이라면, 외관상으로도 뚜렷하게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금이 가 기울어진 상태라면 더 이상의 거주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러시아 코미공화국의 보르쿠타 역시 기존 건축물의 약 40%가 지반침하 현상을 겪고 있다. 노후 콘크리트와 목조 건축물이 지속적인 지반침하 현상을 경험하면서 마을 전체가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

영구동토층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사례는 더욱 심각하다. 추랍차 지역은 영구동토층의 해빙으로 인해 옛 공항 활주로와 주변 지역이 울퉁불퉁한 요철 지형으로 변해 공항과 도로, 마을의 기능을 상실해버리고 말았다. 이곳을 비롯해 사하공화국의 10개 가까운 마을 주민이 주택의 지반 침하와 균열을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지방도시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싱크홀이 나타나 뉴스에 보도되는 사례가 잦다. 2021년에는 이를 다룬 영화 '싱크홀'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싱크홀의 크기가 1km가 넘는다면 어떨까? 그 규모와 두려움, 공포가 상상이나 될까 싶다.

하지만, 그러한 사례가 실제 시베리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하공화국의 바타가이카 분화구는 기후위기로 발생한 싱크홀 현상으로 만들어진 지형으로 싱크홀의 크기가 1km에 달하며, 깊이 또한 최대 100m에 달하는 곳도 있는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싱크홀의 크기가 매년 확장 중에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으로 뉴스 보도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매년 여름 이탄지로 풍부한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좀비 산불은 영구동토층의 붕괴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지역에서 불이 나면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산불은 사실상 방치되다 1년 동안 수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며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켜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 실리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들에 가려져 러시아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너무나 먼 내일의 남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시베리아 작가 빅토르 아스타피예프(1924-2001)의 소설 '물고기 대왕'(1976)은 인간의 욕망과 한계, 도덕적 갈등의 끝에 선 자연의 문제를 드러내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소문난, 겨울 영하 70도 이하를 자랑하는 사하공화국 오이먀콘의 영구동토층이 21세기 끝이 되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오이먀콘의 오늘 날씨는 영상 21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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