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단한’이 누군가에겐 ‘불가능’입니다

2025년,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터치 몇 번이면 식사 주문, 병원 접수, 은행 업무까지도 해결된다. 그러나 그 간편함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사회는 '디지털을 잘 다루는 사람'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점점 구석으로 밀려난다. 이런 사회에서 가장 많이 배제당하고 소외당하는 것이 바로 노인 계층이다.
나는 행정복지센터 산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하루에 만나는 수십 명의 민원인 중 대부분은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의 장벽에 부딪혀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곤 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제도나 사업은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다. 간단한 직업훈련을 신청하려 해도 먼저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바우처 카드를 사용하려 해도 스마트폰 앱을 깔고 등록해야 한다. 평생 농사만 짓던 민원인들은 간단한 동영상 시청조차 어려워하신다. 이들은 사소한 것도 수없이 물어보시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 죄송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되묻게 된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향한 배려의 부족이다. 모두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간단한 절차는 누군가에겐 벽이 되고 있다. 누구도 노인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정식으로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사회는 이미 '쓸 줄 알아야 하는 사람'만을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결국 디지털은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는커녕, 어떤 이들에겐 '나는 뒤쳐진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건 우리 사회가 이런 노인들의 어려움을 느리고 답답하다, 때로는 귀찮다고 여기는 시선이다. 이런 시선들은 단지 속마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일상 곳곳에서 불친절한 말투, 짜증 섞인 눈길로 표출되곤 하며 이는 때때로 노인 혐오나 무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혐오의 이면에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에 대한 냉담함과 불편함에 대한 참을성 부족이 숨어있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우리 사회의 일원이며,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기술은 사람을 배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느린 이가 멈춰 서지 않도록 함께 걸어주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바로 '나'다. 지금은 익숙한 스마트폰, 키오스크가 언젠가는 나에게도 낯설고 어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 소외를 겪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 시선과 태도는 결국 나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의 '간단한 일'이 누군가에겐 '넘을 수 없는 벽'임을 기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느린 속도에 잠시 걸음을 맞춰주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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