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짧은 날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2025. 7. 3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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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엊그제인 2025년 7월 22일은 기록상 1년 중 가장 짧은 하루였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사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진리처럼 여겨지지만, 과학은 말한다. 지구는 예측할 수 없이 빠르기도, 느리기도 하며, 그래서 하루의 길이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대부분은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지만, 아주 예외적인 날엔 초정밀 시계로 측정 가능한 변화가 생긴다. 그 하루가 바로 7월 22일이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대기의 흐름, 바닷물의 움직임, 지각의 변동 등 수많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거대한 지진이나 극지방의 빙하 감소 같은 사건은 자전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번처럼 몇 밀리초 단위의 변화는 일상에서는 거의 감지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작고 반복되는 '흔들림'이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하루가 가장 짧았던 날'이라는 소식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특별히 바빴던 것도 아닌데, 그 하루가 그렇게 짧았다니 어쩐지 아쉽고 아깝게 느껴졌다. 사실 이번 주는 교육대학원 여름학기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다. 하루 8시간 수업 중 절반은 동영상 강의로 대체했지만, 나머지 4시간은 오전과 저녁 두 차례로 나누어 수업을 직접 진행해야 했다. 그 사이 짧은 미팅이 있었고, 어깨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에도 다녀왔다. 수업이 끝난 뒤엔 강아지와 함께 산책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분명히 살아냈는데, 가장 짧았다니. 다른 하루와 별 차이도 없었는데 말이다.

짧은 하루는 오히려 생각을 길게 만든다. 물리적 시간의 감소는 감정에는 더 복잡한 의미로 다가오는가 보다. 시간은 흐르지만, 그 시간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드는 건 결국 우리가 어떻게 그 시간을 채워내는가에 달려 있다. 교육대학원 개강은 오랜만에 학생들을 다시 만나며 학교 전체에 작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한적하던 캠퍼스에 사람들이 들어서고, 도서관과 학교 앞 카페는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덕분에 나도, 내 연구실도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사람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꾸고 의미를 새로 쓰는 힘이 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사람은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에도 생기를 불어넣는 존재라는 것을. 오늘은 온종일 사람들과 함께였다.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마주한 얼굴들. 수업 중 오가는 질문과 대답, 쉬는 시간의 짧은 농담, 말없이 건네는 눈빛. 그 모든 순간이 그저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예전에 한 설교에서 세월을 아끼라는 것은 시간을 아껴 쓰라는 말이 아니라, 시간을 의미 있는 것 즉 진리로 건져올리라는 말씀이라는 해석을 들은 적이 있다. 시간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 역시 의미와 진리로 시간을 건져올리는 것이 아닐까?

빈 강의실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공간이다. 오늘처럼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그 공간은 온도를 갖는다. 말 한마디가 공기를 데우고, 웃음이 벽에 스민다. 사람은 그렇게 공간을 살린다. 그리고 시간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주고받는 순간들로 인해, 짧은 하루도 긴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종종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 하루가 짧다고, 주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정말 부족한 건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일지도 모른다. 가장 짧은 하루였던 오늘이, 유난히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이유다.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원하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어떻게 있었는가'다. 시간은 늘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을 기울이면, 짧은 하루에도 특별한 장면이 자리 잡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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