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김어준만 보는 건 아닌가 [메아리]
'어심' 논란 끊어낼 건 이 대통령뿐
유튜브 정보 편식 위험성 잘 새겨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을 건의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는 말은 참담하다.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니. 김 전 의장은 작년 6월 펴낸 회고록에서 “극우 유튜버 방송에나 나오는 음모론적 말이 대통령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윤 전 대통령의 극우 유튜브 중독설은 취임 이전부터 파다했다. 정부 관료나 정치권 인사들조차 사석에서는 “유튜버에 경도됐다” “밤마다 극우 유튜브만 본다” 등의 얘기를 거리낌없이 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유튜브 좀 그만 보시라고 정말 말씀드리고 싶다”고까지 했다.
“설마”를 사실로 인증해준 건 윤 전 대통령 본인이다. 새해 벽두 관저 주위에 몰려든 이들에게 ‘실시간 생중계 유튜버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본인 서명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체포 직전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요즘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조언했단다.
현 정부로 눈을 돌려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낙마하기까지 꼬박 보름이 걸렸다. 처음엔 너무도 강력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에 다소 묻히긴 했다. 하지만 양파 껍질처럼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보좌진을 향한 황당 갑질과 거짓 해명은 그 이상이었다.
보수는 물론이고 중도, 진보 매체조차 일찌감치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하라’며 지명 철회를 주문했다. 참여연대, 전교조, 여성단체 등 전통적 우군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를 낸다면, 그건 거스를 수 없고 거슬러서는 안 되는 민심이다. 그런데도 이진숙만 날리고 강선우는 살렸다. 그렇게 사흘을 더 버텼다.
범언론인 중 딱 한 명, 김어준씨만이 강선우를 두둔했다. 그는 "언론이 강선우가 아니라 이재명을 이겨 먹으려고 하는 것"이라 했다. 강선우 사퇴 후에도 "그를 사퇴시켜야 할 만큼의 사건은 제가 알아본 바로는 없다. 사실 엄청난 갑질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기자도 실제로는 없었다"는 궤변을 폈다. 드러난 갑질보다 더 중한 사건은 무엇이고, 그가 접촉한 기자들은 누구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대통령이 기성 언론에는 귀를 막고 김어준만 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이 대통령의 유튜브 사랑도 익히 알려진 바. 대선 기간 레거시 언론과는 인터뷰를 자제하면서도, 친여 성향 유튜브에는 적극 출연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국내 특정 매체와 첫 인터뷰를 한 곳이 김어준 뉴스공장과 이동형TV였고, 대선 바로 전날 찾은 곳도 뉴스공장이었다. 언론 불신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대선 기간 “우리 쪽에 유리한 정보는 왜곡·조작하고 저쪽(국민의힘)은 미화한다”고 했다.
지금 여당 내에서는 김어준이 상왕(上王)이라느니, 당권 선거에서 ‘어심’(김어준 의중)이 ‘명심’보다 세다느니 하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돈다. 지난달 그가 기획한 토크콘서트에는 여권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뉴스공장을 대통령실 출입매체로 등록한 것의 공정성을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시끄럽다.
그 힘의 근원은 '김어준만 바라보는(혹은 그렇게 보이는)' 이 대통령에게서 나온다. 끊어낼 수 있는 것도 이 대통령뿐이다. 유튜브 공간에서의 정보 편식이 어떤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목격했다. 기성 언론이든 유튜브든 두루 눈과 귀를 열어서 손해볼 건 전혀 없다. (김어준은 침묵하지만) 진보·보수 언론이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막말’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거취 결단을 더 끌지 않길 바란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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