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절규에 '선뜻'···"누구든 그렇게 했을 것"
사건 목격 후 시민 6명 대응 나서
흉기 놓친 피의자 달아나 차에 타자
유리창 깨고 소화기 분사해 제압
"당시 상황 떠올리면 온몸 오싹
그날은 아예 집 밖으로 못 나가
같은 상황 생기면 똑같이 할 듯"

"두려움에 그날 집에서 못나왔어요.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최근 울산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스토커의 연인 살인 미수 사건. 피의자는 사건 현장에 도주 차량을 끌고 왔었고, 만약 달아났다면 향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우려되는 상황. 이를 몸을 던져 막은 울산의 '의인'들이 있었다.
그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상규(66) 씨. 강동 어물동의 한 작은 마을 이장인 이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범죄를 목격했다.
그는 "한 5m 정도 앞에 남녀가 한쌍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여자가 갑자기 쓰러지는 거에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아, 이거 큰일났구나' 싶었죠"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이상규 씨를 포함해 6명 정도가 사건을 목격하고 대응에 나섰다. 여자 2명이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남자 4명은 피의자의 도주를 막기로 한 것이다.
"1t 포터 트럭을 타고 온 젊은 분이 차 화물칸에 있는 1m가량의 쇠막대를 여러개 들고 와서 나눠주더라고요.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으니 먼 거리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제압하려 했던 것 같아요"라며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피의자가 흉기를 놓쳤고, 한 명이 흉기를 발로 차서 차량 밑으로 보내버렸습니다. 그러더니 (피의자가) 달아나기 시작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도주하던 피의자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바람에 그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도주하는 걸 헐레벌떡 따라갔는데, 이미 차에 타버렸더라구요. 시동을 걸고 나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며 "그때 마침 병원 보안요원 2명이 소화기를 하나씩 들고 왔는데, 상황을 파악하고 곧장 소화기로 (피의자의) 차 유리창을 깼어요. 이어서 깨진 창에다 소화기를 분사해서 제압하려 했죠. 급발진하는 차량을 막는 과정에서 한 명이 깨진 유리 조각이 박히기도 했습니다"라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묘사했다.
"소화기 분사액을 쉬지 않고 쐈더니, 호흡곤란이 왔는지 (피의자가) 차에서 내려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앉더라고요. 피의자를 둘러싸고 뒤에서 제압해 경찰이 오길 기다렸죠"라며 "제압 과정에서 크게 다친 사람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상규씨는 사건 직후 극심한 두려움에 빠졌지만,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번처럼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쯤 집에 돌아오니까 긴장이 풀렸는지,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 흉기를 든 사람과 맞닥뜨렸던 모습이 떠오르더니 온몸이 오싹해지더라고요. 그날은 아예 집에서 나가질 못했습니다"라며 "그렇지만 또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같은 행동을 할 것 같아요. 아니, 누구든 그 상황이 닥치면 그렇게 행동할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몸을 던져 피의자의 도주를 막은 시민들을 표창하기로 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