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학교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유휴공간 활용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함에 있어 인구수는 강대국을 뜻하는 절대 상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규모를 무시할 수 있는 변수도 아니다. 인구는 한자로 인구(人口)로 쓰는데 고대 중국 황실에서는 '도대체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의 입이 몇 개인가'라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하고, 영어에서는 인구학을 Demography로 쓰는데 사람을 뜻하는 Demo에 표현기록을 뜻하는 graphy가 더해져 사람을 가지고 표현한 도표와 같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동양과 서양이 인식한 인구의 의미가 비록 그 표현과 의미는 다를지라도 인구를 국력의 한 척도로 인식하고, 관리의 대상으로 보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어제 오늘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 많은 영역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 학령인구의 변화는 극적이어서 인구가 여전히 팽창하고 있는 경기도마저 학령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물론 경기도는 지금도 매년 2~30여 개의 학교가 신설되고 있어 마치 증가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지역을 이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학교 신설일 뿐 학령인구 자체가 증가해서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학교들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과거엔 60학급으로 운영되던 초등학교가 지금은 학급당 학생수를 적게 편성하였는데도 20학급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고, 전교생 수가 2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교가 경기도 내 학교 중 15%에 달하는 300여 곳이 넘는다.
학생이 감소하다 보니 많은 학교에서 유휴교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학생 감소 초기에는 언제든 다시 학급을 편성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자 예비교실로 관리하게 되고, 또 학교의 필요에 의해 그때그때 요긴하게 공간을 잘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유휴공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관리가 어려워진다. 텅 빈 교실, 활용되지 않는 특별실, 조용한 복도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교육환경을 저해시키고 공공자산을 낭비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의 학교는 모든 것이 제한적이었다. 우리네 학교가 교도소를 닮았다는 어느 건축가의 얘기처럼 우리의 학교는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학생은 교실 이외에 갈 수 있는 곳이란 없었고, 학생 스스로의 삶과 학습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편하게 쉴 공간이나 창의적으로 활동할 공간 등은 보장받지 못했다. 이는 교직원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선생님들은 좁은 교무실에 갇혀 능률을 잃고 있었고, 공무직원들은 쉼터조차 마련되지 못하기 일쑤였다. 우리가 학교의 유휴공간을 '공간의 주인'인 학생과 교직원에게 이제는 돌려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의 유휴공간 활용이 촉진된다면 단순한 공간 재배치 이상의 사회적·교육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학교교육의 질적제고를 도모하면서도 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다양한 쉼터 마련을 통해 학교에 소속된 학생과 교직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학교 공간을 교실로만 바라봐 왔던 교육청의 시선에도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다.
학교 유휴공간 활용에 있어 학교의 교육공동체가 숙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청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재정지원을 담보하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학교를 되살리는 노력은 성공할 수 있다.
학교 유휴공간이 저출생 시대가 가져온 슬픈 부산물로 남게 될 것인지, 반대로 미래 교육을 이끄는 대담한 실험이 될 것인지 선택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우리네 학교가 다시금 살아 움직이는 활력소의 중심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이애형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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