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보충한 SK이노… 보급형 전기차로 ‘캐즘’ 넘는다
SK온, 현지서 배터리 육상 공급
폭스바겐, 포드, 닛산, 폴스타 등 신차 출시
SK이노베이션(SK이노)의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액침 냉각 자회사 ‘SK엔무브’가 합병한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SK이노는 재무구조 개선과 지속적인 배터리 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또 SK이노는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8조원을 조달하고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SK온 전환우선주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무리한 중복 상장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 효율화도 나선다.
특히 내년부터는 완성차 업체들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저가형 전기차’ 신차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탈출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 SK온·엔무브 합병, 재무구조 개선... 배터리+액침 냉각 패키지
SK이노와 SK온(전기차 배터리)과 SK엔무브(윤활유, 액침 냉각)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 합병하고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이번 합병으로 SK온은 신차 출시와 상장(IPO)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게 됐다. SK온은 합병으로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000억원 수준의 재무 구조 개선 효과를 즉각적으로 보게 됐다.

SK이노는 SK온의 조 단위 투자가 지속되면서 재무 구조 악화를 겪어왔다. SK이노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1분기 176%에서 올해 1분기 207%(약 75조원)로 급등했다. SK온의 지난 1분기 부채 비율은 251%에 달했다.
여기에 유가 불안과 중국발 공급 과잉이 겹치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사업인 정유·화학 사업도 부진에 빠졌다. 이에 무디스도 지난 3월 SK이노의 신용 등급을 ‘투자적격등급(Baa3)’에서 ‘투자부적격등급(Ba1)’으로 하향 조정했다.
SK이노는 SK온과 엔무브의 합병 시너지로 2030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EBITDA를 추가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예를 들어, SK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기차에 엔무브의 액침 냉각 기술을 더해 배터리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ESS 배터리에도 액침 냉각 기술이 도입된다.

◇ 현대차·기아가 끌고, 전기차 신차 밀고... 근본적 캐즘 극복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6조원 규모의 테슬라향 LFP 배터리 납품과 삼성전자의 테슬라 자율 주행 시스템 반도체 수주 등으로 캐즘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봤다.
실제 올해 초부터 5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대비 35% 증가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 현황 보고서를 보면, 1~5월 BEV(순수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4.5% 증가한 502만대를 기록하며 전체 신차 시장의 13.7%를 차지했다.
그동안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절대적으로는 늘었지만 증가율 자체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21년 전년 대비 110.9% 폭증한 순수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022년 63.9%, 2023년 25.6%, 작년 12%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1~5월 증가율은 34.5%로 다시 올라가면서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시장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총 89만3152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이에 SK온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조지아 1·2공장은 전체 생산 라인 12개 중 9개에서 현대차·기아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는 지난해 10월 아이오닉5 시범 생산을 시작했으며 다음 달 본격 양산을 준비 중이다. HMGMA는 연간 최대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인데 SK온의 라인 전환으로 배터리를 현지에서 즉각 조달할 수 있게 됐다.
SK온은 조지아 공장에서 연간 약 16.5GWh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전기차 약 20만대에 탑재 가능한 규모다. 생산된 배터리는 육상 운송을 통해 4시간 안에 HMGMA에 공급될 수 있다. 기존에 한국과 유럽 공장 등에서 만든 배터리를 미국으로 옮겨와 공급하는 것에 비해 운송 시간과 물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의 보급형 신차 출시도 기대되고 있다. 폭스바겐이 개발 중인 3000만원대 저가형 전기차 모델인 ‘ID.2′에는 SK온 배터리가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 차량은 2025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 폭스바겐 ID.4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ID.4의 미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약 6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포드도 내년 말이나 2027년에 출시를 목표로 저가형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의 경쟁사인 폴스타의 신차 폴스타5도 내년 출시될 전망이다. 닛산도 북미 시장용 차세대 전기차 4종에 탑재될 배터리로 SK온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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