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갱단 탈출' 韓국민, 인질로 잡은 캄보디아…"범죄자 맞교환하자"
'취업미끼' 범죄소굴 빠진 한인들
韓서 수사 받겠다 요청에 "NO"
출국 시도했다간 공항서 붙잡혀
숨어살며 고문·협박 시달리기도
캄보디아 '反정부 인사' 거래 요구
韓외교부는 자국민 보호 '뒷짐'
"정부가 외교적 압력 행사해야"

지난 6월 27일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관 앞. 인터폴 적색수배자 김민수 씨(가명·28)가 허탈한 표정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서 탈출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겠다며 대사관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답은 “안 된다”였다. 현지 영사는 “두 달 전부터 캄보디아가 범죄자를 보내주지 않고 있다”며 “출국을 시도해도 공항에서 막힐 수 있으니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 기다리는 것은 어떻겠냐”고 했다.
조직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선택한 그는 한 달 넘게 숨어 지내고 있다. 김씨는 “중국 조직원들로부터 찾아서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 연락이 와 매일 불안하다”며 “자칫 잡혔다간 고문당하고 다른 조직에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정부 인사 보내라”며 송환 중단
캄보디아에서 피싱 등의 혐의로 체포됐거나 자수한 한국인들이 송환되지 못하고 있다. 캄보디아가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 반정부 인사를 보내라고 요구하며 범죄인 인도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귀국을 원하는 이들이 범죄 조직의 협박에 시달리거나 인신매매를 당하는 등 ‘외교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 범죄단지에는 1000명 이상의 한국인이 소속돼 사기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폴 수배자만 265명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최근 한 달간 체포한 한국인 57명은 유치장에 기약 없이 구금돼 있다.
캄보디아는 반정부 성향의 민주화 운동가 부트 비차이(37)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부트는 한국에 거주 중인 캄보디아인으로, SNS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캄보디아 반정부 집회에서 만난 그는 “캄보디아로 돌아가면 구금될 것이 분명해 한국 정부의 보호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캄보디아는 한국인이 체포되거나 자수하면 강제 추방 또는 양국 간 범죄인인도협정에 따라 한국으로 보내왔다. 그러나 한국이 캄보디아 당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해 초부터 범죄인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캄보디아가 부트를 송환받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한국인 범죄자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내무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범죄자 수백 명을 한국에 인도해 줬지만 우리가 요구한 건 단 한 명”이라며 “그를 보내주기 전까진 우리도 한국인 범죄자를 보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캄보디아의 요구에 법적 근거가 희박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범죄인인도협정은 ‘정치범 불인도 원칙’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트는 6월 난민 신청을 했는데, 현행법상 난민 인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한인 보호 범죄 수사 ‘마비’
문제는 부트의 송환 문제로 캄보디아와의 관계가 악화해 자국민 보호와 범죄 수사 모두 마비됐다는 점이다. 자수자들은 갈 곳 없이 캄보디아를 ‘국제 미아’처럼 전전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범죄조직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올 2월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로맨스스캠 피의자 두 명이 송환되기를 6개월째 기다리고 있다.
송환이 중단되자 현지 경찰이 체포한 한국인을 다른 범죄조직에 파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5월엔 강원경찰청이 추적하던 한국인 피싱 조직원 15명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체포됐는데, 경찰은 이들이 풀려나 다른 범죄조직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 중 40대 김모씨는 “현지 경찰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보름 뒤 다른 조직이 경찰에 뒷돈을 건네고 나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기산업을 포함한 캄보디아의 지하경제는 캄보디아 정부의 막대한 자금원이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할 동기가 낮다”며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놈펜=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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