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려면 … 한계기업 도려내고 서비스업 육성해야"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5. 7. 30. 18: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종규 前 KB금융 회장에게 한국의 미래를 묻다
대담=이진명 경제부장
유치원까지 무상교육으로
12년 편제를 10년으로 줄여
부모 교육비 부담 덜어주고
사회진출 시간 단축시켜야
산업 잘돼야 일자리 생겨
AI·친환경이 신성장동력
AI시대 교육은 경쟁보다
창의적 협업능력이 중요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광화문 사무실에서 성장동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현 고문)을 오랜만에 만났다. 벌써 퇴임한 지 1년8개월이다. 경영 최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무슨 생각을 하고 지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참 행복한 시대를 살았다. 먹을 것을 걱정하던 시대에서 이제 어떻게 하면 덜 먹을까를 고민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할 자신이 지금은 없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어떻게 하면 우리 후배들과 자식 세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가장 큰 것이 저출생 문제 아닌가.

▷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부족한 노동력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노동환경에서 일할 사람들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첫 번째 문제부터 보면 사실 우리에게는 잘 훈련된 베이비붐 세대가 충분히 있다. 여성 잉여인력도 적지 않다. 이 사람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재교육이라든가 여건을 잘 만들면 된다. 모자라는 부분은 외국인 인력으로도 채울 수 있다. 오히려 AI 시대에 맞는 다음 세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지금 우리 교육은 '경쟁'과 '암기' 두 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경쟁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사회와 기술이 복잡다단해지면서 경쟁보다 협업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또 AI 시대에는 암기가 필요 없다. 추론과 창의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6-3-3 편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 세대는 국민학교에 가서 처음 글을 배웠지만, 요즘 애들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한글은 물론이고 영어, 수학도 하고 가지 않나. 그러니 12년 편제를 5-3-2 라든가 해서 10년으로 단축해도 괜찮다고 본다. 그렇게 사회에 나오는 시간이 빨라지면 노동력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대학 교육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AI 시대에 암기 경쟁으로 딴 대학 졸업장이 의미가 있겠나. 이제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새 정부가 서울대 10개를 이야기하던데, 차라리 전국 국공립대를 캠퍼스별로 특화시키고 서울대 하나로 만드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 지방 활성화도 하고, 간판에 대한 서열화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부담 때문에 애를 안 낳는다는 사람이 많다.

▷지금 초중고 무상교육을 하고 있는데, 유치원하고 보육까지 통합하여 완전히 무상으로 하면 어떨까. 그걸 국가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하면 좋겠다. 전적으로 책임을 지면 부모들이 안도감을 느끼지 않겠나. KB에 있을 때, 매년 150억원씩 5년간 750억원을 내서 교육부와의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1400억원 정도 만들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700여 개, 방과후학교 1500개 정도를 운영해 봤다. 그렇게 되면 여성들이 일할 기회가 훨씬 늘어나고,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은 퇴근이 늦어도 마음이 놓인다. 어린이집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건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었다. 앞으로 유보 통합을 해서 운영하면 좋겠다.

-인구 감소 때문에 국방력이 위축된다는 걱정도 있다.

▷이제 남녀가 공히 군 복무를 하는 방식도 고민할 때가 됐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자꾸 미룰 수만도 없다. 공론화를 해 컨센서스를 모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몸으로 때우는 군대만 생각했는데, 이제 머리를 쓰는 군대가 되고 있다.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녀가 모두 군 복무를 하는 이스라엘은 군 생활이 꼭 낭비가 아니라 향후 커리어를 시험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들었다. 한국도 군에서 투자나 창업 종잣돈을 마련해 나온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리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 아닌가. 군 복무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일자리 창출 방법도 생각해보셨나.

▷산업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생기는 거니까. 과거에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쟁력을 잃어버린 한계산업과 한계기업을 도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살이 돋는다. 정부가 그렇게 방침을 세운 것 같아 다행인데, 속도감 있게 진행해주길 바란다. 신성장동력은 AI 트랜스포메이션과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서 찾아야 한다. AI는 데이터산업, 양자컴퓨터 등 에 모두 연결돼 있다. '그린'은 신재생에너지 등 연관 산업이 많다. 바이오산업은 그린과 AI 양쪽에 모두 걸리는 산업이다. 이쪽 분야에서는 앞으로 미국·일본·독일·한국 정도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AI 시대에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듯한데.

▷일자리는 3차산업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비제조업 부문 일자리가 70% 이상이다. 고용 확대와 직결된 관광·의료·교육·물류·금융 등 비제조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산·관·민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윤종규 전 회장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해 3연임 후 2023년 고문으로 용퇴했다. 9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끌며 금융권 리딩뱅크로서 입지를 굳히는 것은 물론 국내 금융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5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상고를 졸업한 후 외환은행을 다니면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공인회계사가 돼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으며, 2002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당시 1기 경영진으로 금융권에 복귀했다.

[안정훈 기자 정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