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금지 해답 아냐"···‘영유아 사교육 금지법’ 시끌
국회 제출 의견 4429건···반대 99%
"아이 발달 기회 빼앗는 졸속 입법"
"현장 여건 반영 여론 수렴 거쳐야"
교육 전문가 "전면 금지하기보다
프로그램 인증제 등 단계적 접근을"

영유아 사교육 금지법이 발의되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국회에 법안 반대 의견 제출을 하는 것은 물론 법안이 통과될 것을 대비해 헌법소원심판 청구까지 준비하고 있다.
30일 국회입법예고 시스템에 따르면 '영유아 사교육 금지법'이 지난 24일 법안 발의 이후 제출된 국민 의견은 총 4,429건(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이 중 찬성은 34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4,395건(약 99%)은 반대 의견이었다.
영유아 사교육 금지법은 36개월 미만은 교과교육 전면 금지, 36개월 이상은 하루 40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학부모들은 "아이 발달에 필요한 교육까지 한꺼번에 금지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법안이 영어만이 아니라 국어, 수학, 과학, 미술, 음악 등 모든 학교 교과가 규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법안이 '구조화된 인지학습'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규제로 내세워 유치원 한글 수업이나 수학놀이, 과학실험도 불법을 만드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 모임과 일부 교육단체는 최근 국회 교육위 사무국에 '영유 금지법 전면 폐지 촉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법안 주요 조항에 대한 법리 검토, 해외사례 분석, 여론 조사 결과 등이 포함됐다. 학부모들은 '국어, 수학, 미술, 음악, 영어 모두 하지말라는 법인데 우리 아이는 뭘 배우라는 건가요', '조기교육 폐해를 막자는 건 알지만, 이건 아이 발달기회를 빼앗는 겁니다', '아이발달에 좋은 활동까지 똑같이 묶어 금지하는 건 과잉규제입니다', '유치원, 어린이집도 사실상 구조화된 교육을 하는데 이 법이면 그마저도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의 '쌍감 정책' 실패 사례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이 정책은 2021년 중국 정부가 사교육 전면 금지를 추진한 것이다. 그 결과 사교육 시장이 음성화되고 불법 교습이 늘어 교육격차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학부모는 "영유아 사교육을 무턱대고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이번 법안은 부작용을 예고하는 규제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검증되지 않고 논의되지 않은 법안의 법안의 실험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법안이 통과될 것을 우려해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핵심 쟁점은 법안에서 사용한 '구조화된 인지학습'이라는 용어의 모호성과 자의적 해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 영유아 발달권과 교육권, 부모의 자녀 교육권과 가족생활의 자유, 교습 종사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이 법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학부모들이나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모(41) 씨는 "아이를 위한 법이라면서 정작 아이를 키우는 부모 의견은 들은적이 없다"라며 "법안 심사전 반드시 공청회나 여론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다수 학부모들은 공청회, 정책영향평가, 현장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민주적 정당성 결여로 보고 강력 대응을 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영유아에 대한 사교육을 전면 금지하기 보다 프로그램 인증제, 공적 대체 프로그램 확대 등을 활용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교육정책 전문가는 "현장의 혼란과 부모의 반발을 줄이려면 정부가 부모, 교사, 전문가를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사교육이 무조건 나쁘다며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방안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