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이중구조 허문다…대기업-협력사, 균형 회복 시동
임금 격차·근로환경 차이 등 불균형 여전
고용부-시, 지역주도 이중구조 개선 지원
SK인천석유화학-협력사 간 상생 생태계 조성
단순 컨설팅 넘어 안전보건·복지 등 다변화
상의, 3개 세부사업 '안전보건 그리드' 구축
6개 협력사 대상 안전문화 의식 수준 진단도
복지 포인트 지급 등 노동자 삶의질 향상 초점
상생협력관 착공 앞둬…노동자 쉼 공간 기대
성과 평가 중심 상생 안전 거버넌스 구축 본격화
신규 고용 시 채용 규모 따라 환경개선비 지급도

대기업과 협력사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원·하청 간 임금 격차와 근로환경 차이 등 구조적인 불균형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노동의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인천시는 대기업과 협력사 간 격차 완화를 목표로 '지역주도 이중구조 개선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인천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석유화학단지를 보유한 지역으로, 지역 기반 산업인 석유화학 업종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총 17억5000만원이 투입돼 SK인천석유화학과 협력사 간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개선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업 수행은 인천상공회의소가 맡고 있으며, 단순한 컨설팅을 넘어 안전보건·복지·문화 등 전반을 아우르는 '현장형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안전이 곧 생명…'안전보건 그리드'로 산업현장 체질개선
이중구조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안전이다. 위험도가 높은 공정에서 협력사 노동자가 배치되는 현실인데, 안전관리 수준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 이에 인천상공회의소는 총 3개 세부사업을 통해 '안전보건 그리드'를 구축하고 있다.
'안전보건 밸류 업' 사업은 협력사의 산업안전 역량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프로그램이다.
석유화학 업종에 특화된 전문 컨설팅 기관인 한국화학안전협회와의 계약을 통해, 6월부터 8월까지 총 15회에 걸쳐 안전보건 교육이 이뤄진다. 6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내재화 컨설팅과 안전문화 의식 수준 진단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무재해 200일을 달성한 협력사 노동자 425명에게 1인당 5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 바 있다.

'세이프티 키 맨' 사업은 안전 사고에 상시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안전감시자를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6월 협력사를 선정해 감시관 6명을 채용했고, 7월 교육 수료 후 현장 배치가 완료됐다.
최근에는 인천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SK인천석유화학, 협력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1회 안전협의체'가 열렸다.
이는 지난 3월 발족한 상생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구성된 자리다. '세이프티 키 맨' 사업의 구체적인 운영 방침과 성과 평가 기준, 인력 배치 기준, 운영관리 체계 등을 논의하며 민관 협력 기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했다.
현장 작업자 보호를 위한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찾아가는 설명회를 통해 협력사에 안내된 이 사업은 협력사 내 안전 보호장구 구입 및 비치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현재까지 총 8건의 장비 지원 신청이 접수됐다.
또한 혹서기 대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용품 지원사업도 7월 중순부터 시행 중이다. 기업당 1회, 최대 500만원 한도로 지원된다.
특히 지난 28일부터는 '폭염 대응 특별 지원기간'으로 지정, SK인천석유화학 협력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물품 및 장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원 품목은 이온음료 및 특식 제공, 이동식 냉·난방기 구입비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현장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통해 협력사의 자율적 역량을 끌어올리고, 지역 산업 전반의 안전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로 여는 상생의 길…문화 지원·환경 개선 병행
행복 나눔 복지사업은 협력사 노동자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노후화된 상주 환경 개선과 문화생활 지원, 복지포인트 지급 등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돼 있으며, 협력사 직원의 업무 만족도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화생활 지원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한다. 지난 5월에는 CGV인천가정점에서 230명의 협력사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참여한 영화 관람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6월에는 SSG랜더스필드에서 170명이 야구경기 관람에 참여했다. 오는 8월 말에는 두 번째 야구 관람 행사가 예정돼 있다.
또 9개 협력사, 총 119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업무효율·안전개선 우수 아이디어 공모전'에는 35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이 중 최대 20명을 선발해 인당 최대 100만원, 총 2000만원 규모의 포상을 지급할 예정이다.
'1%행복나눔플러스 복지포인트'는 올해 SK인천석유화학의 '1%행복나눔기금'과 연계해 진행된다.
SK인천석유화학은 매년 임직원들이 급여의 1%를 자발적으로 출연해 협력사를 위한 복지기금을 조성해 왔다. 올해는 이 기금이 지역 주도 이중구조 개선지원사업을 통해 대체 지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10일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는 1인당 60만원, 178~210일 미만 노동자에게는 3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가 지급된다. 앞서 SK는 지난해 해당 기금을 통해 334명에게 총 1억935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대신 SK인천석유화학은 해당 기금을 상생협력관 조성에 투입한다. 자사 유휴 공간인 후생관을 리모델링해 협력사 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며, 리모델링 비용 약 5~6억원은 전액 SK인천석유화학이 부담한다.
상생협력관 조성 사업은 오는 9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도 협력사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쉼 공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SK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1% 행복나눔기금의 역할을 지역주도 이중구조 개선 지원사업이 맡게 됐다"며 "SK는 해당 기금을 건물 리모델링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상생의 실천 방식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중구조 해소' 본격 시동…거버넌스부터 고용안정까지
단기적 처방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의 개선을 위한 기반 조성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상생 모델 개발과 성과평가 체계 마련을 중심으로 '상생 안전 거버넌스'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3월부터 상생협의체와 실무협의체 회의, 간담회 등이 잇따라 개최됐다.

상생협의체는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 인천시 경제산업본부, SK인천석유화학과 협력사 대표이사 및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실무협의체는 상생협의체에서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사업별 추진계획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거버넌스를 활용해 중·장기 프로젝트를 지원할 사업 발굴이 목표다.
8월6일에는 상생협약식도 예정돼 있다.
고용 안정을 위한 시도도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기준 '상생 고용 플러스' 사업을 통해 6개 협력사에서 총 25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협력사가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경우 채용 규모에 따라 환경개선비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된다.
'행복 나눔 플러스' 사업은 신규 취업자에게는 취업지원금을, 기존 재직자에게는 멘토 활동비를 제공한다. 신규 인력의 3개월·6개월 근속 여부에 따라 지원금이 지급되며, 이들과 멘토로 짝지어진 기존 직원에게도 동일한 기간 동안 활동비가 제공된다.
현재 7개 협력사에서 24쌍의 멘토-멘티가 활동 중이다. 신규 인력의 조기 이탈을 줄이고, 현장 정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상공회의소는 이번 지역주도 이중구조 개선사업을 통해 단순한 복지 차원의 지원을 넘어, 산업 내 고질적인 불균형 구조를 바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석유화학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협력사 간의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시도"라며 "지역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인천시는 앞으로도 기업과 협력사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재 SK인천석유화학이 해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인천상공회의소도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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