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차례 신고에도 ‘격리조치’ 손 못 써… 80%는 한 달 내 재범 [심층기획-반복되는 교제폭력 비극]
피해자 처벌 불원 땐 사건 종결
2024년 8만여 건 신고… 5년 새 두 배
연인 목 조르고 재떨이로 얼굴 때려도
분리 등 긴급조치 근거 없어 보호 한계
최근엔 흉기 살인 등 강력범죄로 확산
고령층도 폭행 잦아 사회적 문제 대두
범행 횟수가 늘수록 재범행 시간 줄어
학술지 연구 “초기 수사기관 개입 중요”
여성단체선 ‘제대로 된 실태조사’ 촉구
경찰청 “관련 법 제정 적극 노력할 것”

대전서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45분 살인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를 대전 중구 산성동 한 지하차도에서 긴급체포했다. 차를 타고 달아나던 A씨는 체포되기 직전 차 안에서 극약을 먹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B씨에게 피해자보호용 스마트워치 착용을 권유했으나 B씨가 거절했으며 A씨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조치를 위해 당시 전화 모니터링을 3차례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가 법적 보호조치를 받았더라면 끔찍한 결과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가 급증하면서 경찰이 긴급 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교제폭력만큼은 경찰이 두 사람을 격리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교제폭력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도 많아 경찰이 강제적으로 보호조치를 내리기도 어렵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에는 공권력이 개입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고 추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직권이나 피해자 요청으로 100m 접근금지, 전기통신 접근금지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충북에 거주하는 한 20대 여성은 지난해 8월부터 3년 넘게 교제 중인 30대 남자친구에게 얼굴을 폭행당하는 등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연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죄책감에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번번이 현장에서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폭행은 계속됐다.
여성이 결국 이별을 통보하자 남성은 지난달 9일 “너 죽이고 감옥 가겠다”, “칼로 그어버리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여성이 곧바로 집밖에 뛰쳐나와 경찰차를 발견했고 신고가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교제폭력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연인관계에 있어서는 가해자의 접근을 막거나 상호 강제 분리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교제폭력 관련 112 신고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4만9225건이던 교제폭력 신고는 2022년 7만790건, 지난해 8만839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5월까지 3만8777건이 접수됐다.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인원도 2020년 1만1891명에서 지난해 1만4900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5610명이 검거됐다.


경찰청은 교제폭력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조치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재범을 방지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계성 범죄가 잇따르자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입법적으로 공백이 있는 교제폭력 관련 법 제정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형사정책연구에 게재된 ‘친밀한 파트너 폭력의 반복발생 패턴:반복사건 생존분석’ 연구에 따르면 교제폭력 반복사건의 80%는 최초 범행으로부터 한 달 이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차수가 증가할수록 재범까지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연구는 “2차 범행 이후부터 계획적 범행의 비율이 높아지고 시간 간격 또한 짧아지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초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처벌법상 사실혼 조항을 적용해 피해자에 대한 임시보호조치를 하고 있지만 스토킹으로 보기에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사실혼으로 보면 피해자 쪽이 반발하는 등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교제폭력 관련 법안이 9개 발의돼 있다. 교제폭력처벌법을 신설해 보호조치와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죄 등을 정의하는 안과 가정폭력처벌법이나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 교제폭력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법 적용 대상인 교제관계나 친밀한 관계를 정의하기 위한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지적에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여성단체는 교제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정부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기본적인 실태를 알고 대책 마련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교제폭력은 공식 통계도 없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신문에 나는 사건들을 세고 있다”며 “교제폭력이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야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대책 수립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승진 기자, 대전=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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