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 83세까지 산다지만… 삶을 버리는 속도도 세계 1위

흡연율 15.3%, 음주량은 OECD 평균 이하… 그런데 비만은 늘었다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폭염 속 버스를 기다리며 양산을 쓰거나 햇빛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중복(中伏)인 3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뉴시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3.5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2.4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 가능한 사망률과 영아사망률도 낮아 전반적인 의료의 질은 높은 수준이지만,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의료비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30일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5’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OECD 평균(81.1년)보다 2.4년 길었다. 기대수명은 해당 연도 출생아가 평균적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를 의미한다.

회피가능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51.0명으로 OECD 평균(228.6명)보다 낮았고, 영아사망률도 출생아 1천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4.1명)을 크게 밑돌았다. 예방 가능한 사망 사례와 영아사망률이 낮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상대적으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자살률 통계는 정반대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2명으로 OECD 평균(10.7명)의 두 배를 넘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최근 10년간 자살률은 23.4% 감소해, 같은 기간 OECD 평균 감소율(16.4%)보다 빠른 개선세를 보였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은 대전의 한 대학 병원 내 진료 대기 구역 모습. 뉴스1

 
의료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가 속도는 빠르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은 8.5%로, OECD 평균(9.1%)보다 낮았다. 그러나 1인당 의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7.8%로, OECD 평균(5.2%)을 상회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경상의료비는 구매력평가 기준 4586달러(약 635만원)로 집계됐다.

경상의료비 중 정부 및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중은 2013년 55.9%에서 2023년 60.4%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38.3%에서 31.2%로 낮아졌다.

한편 1인당 의약품 판매액은 969달러(약 97만원)로, OECD 평균(658달러)보다 약 300달러 많았다. '병원은 적게 가지만 약은 많이 먹는 나라'라는 평가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한국인의 음주량은 OECD 평균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사회적 음주 관행은 남아 있다. 사진은 한 식당에서 건배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건강 행태 측면에선 흡연율과 음주량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비만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현재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흡연하는 비율은 15.3%로 OECD 평균(13.2%)보다 높았으나, 10년 전(19.9%)에 비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음주량은 1인당 연 7.8리터로 OECD 평균(8.6리터)을 하회했다.

반면 비만 인구 비율은 2013년 31.5%에서 2023년 36.5%로 상승했다. 일본(26.0%)에 이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하나, 증가 속도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집에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비율은 2023년 기준 9.0%로, OECD 평균(11.2%)보다 낮았다. 시설 입소 비율 역시 2.7%로, OECD 평균(3.5%)보다 낮았다. 돌봄 인력 비율도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해, 공적 돌봄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