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환경보호청, ‘온실가스가 인류 위협’ 입장 철회···“규제 역대급 완화” 자랑한 청장

윤기은 기자 2025. 7. 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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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7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어센션파리쉬 화학·석유 산업단지.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트럼프 정부의 반환경 정책 중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이자 과학계 합의를 전면 부정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라고 보도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리 젤딘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이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인디애나주의 한 자동차 판매점에서 ‘온실가스는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위해성 판단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젤딘 청장은 “이 제안이 최종 확정되면 미 역사상 가장 큰 규제 완화 조치가 될 것”이라며 이는 경제를 보호하려는 유권자들의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제안에 따라 미국 내 자동차·트럭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폐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PA는 이 제안을 연방 관보에 고시해 45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중에 확정할 계획이다.

EPA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년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공중 보건과 복지에 위협을 가한다는 위해성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판단은 독성물질규제법, 청정대기법, 살충·살균·살초제법, 식수안전법 등 각종 환경 규제 법안의 법적 근거가 됐다. 위해성 판단이 폐지되면 EPA는 청정대기법에 따라 온실가스를 규제할 권한을 상실한다.

뉴욕타임스(NYT)는 “EPA의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했던 일 중 가장 중대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첫날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파리협정 탈퇴를 명령하는 등 환경 규제를 없애고 화석연료 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공언해왔다.

EPA는 위해성 판단 폐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에너지부가 의뢰한 보고서를 인용했는데, 이 보고서를 작성한 과학자 5명은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를 불러온다는 과학계 합의를 부정하는 인물들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컴퓨터 모델이 온난화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가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기후 운동가로 활동해 온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EPA의 발표는 기후 위기라는 명백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EPA는 화석 연료 산업의 이익을 위해 EPA 소속 과학자들과 변호사들을 (정책 결정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어스저스티스의 애비게일 딜런 회장은 “EPA는 오늘 발표로 미국의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이 끝났음을 분명히 알리고 있다”며 “이는 산업계엔 ‘더 많이 오염시켜라’, 기후 재난으로 고통을 겪는 모든 이들에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EPA의 위해성 판단 철회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 트럭운송협회는 EPA의 조치를 환영하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배기가스 규제는 트럭 운송산업을 파멸로 이끌고 공급망을 마비시켰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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