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하면 그만, 학벌·수입 왜 따지나요?” 2030 ‘외모 승인제’ 파티 인기

강지은 기자 2025. 7. 30. 13: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모 승인제 파티가 진행되는 모습. 얼굴, 몸매 사진을 주최 측에 제출해 통과된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인스타그램 캡쳐

“이상형인 외모의 이성이 이렇게 많은 모임은 처음입니다.”

지난 25일 오후 8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의 약 35평(114.48㎡)짜리 파티룸에 남녀 36명이 마주 앉았다. 모두 사전에 얼굴·전신 사진을 파티 주최 측에 제출해 외모가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이들이다. 이름, 나이, 직업은 모두 비밀. ‘차은우’ ‘윈터’ ‘제니’ 등 별명이 적힌 명찰을 한쪽 가슴에 단 참가자들은 서로의 이상형을 물었다. 한 남성 참가자가 “뉴진스 해린처럼 고양이상인 여성이 좋다”고 답하자 주변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 고양이상인데, 마음에 든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 아니냐”며 웃었다. 이날 약 5시간의 파티 끝에 최종 매칭에 성공한 박모(28·여)씨는 “웃는 모습이 예쁜 남자가 이상형인데, 첫눈에 반해 파티 내내 계속 옆에 붙어 있으려 노력했다”며 “다시 만날 날짜도 진작 잡았다”고 했다.

2030 젊은 층 사이에서 외모가 출중한 남녀를 엄선해 초대하는 ‘외모 승인제 파티’가 성행하고 있다. 파티 참가비는 4만~6만원 선. 서울 강남구에서 열리는 파티 관계자 이모(33)씨는 “외모에 대한 기준은 정량화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지만 관리자 2명이 호감형 인상과 키, 전반적인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청서를 검토한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파티 관계자는 “매달 30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며 “참가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 지난 18~19일 행사에서는 정원을 늘려 진행했다”고 했다.

과거에는 검사, 판사, 의사 등 직업과 집안 자산 등 외모 이외의 기준에 큰 가중치를 두고 연애 상대를 골랐다. 그러나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가 되자 “본능적으로 마음이 설레지 않으면 차라리 혼자 살겠다”며 연애 시장의 외모 중심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2.5%였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08년(68.0%)보다 15.5%p 감소한 값이다.

참가자들은 “소개팅이나 헌팅포차보다 외모승인제 파티에 참석하는 게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을 확률도 높고 안전하다”고 했다. 직장인 윤지상(29)씨는 “작년 12월부터 소개팅을 주말마다 꽉꽉 채워 받아도 마음에 드는 외모의 이성을 만나기 어려웠다”며 “매번 ‘잘 안 됐다’고 주선자에게 말하기도 미안해서 차라리 돈 내고 외모가 검증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26)씨는 “헌팅포차나 클럽에 가도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는 경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도 신원이 불분명해 쉽사리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었는데 파티에는 한 차례 검증된 사람만 모이니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외적 아름다움이 부와 명예 등 가치를 뛰어넘어 새로운 ‘계급’이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외모가 뛰어난 젊은 남녀가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외모 지상주의가 더욱 고착화된 양상”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