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엉터리 보고서 기반해 산업계 탄소배출량 ‘면죄부’
“산업연구원 엉터리 보고서로 면죄부, 악순환 바로잡아야”

탄소배출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란 이유로 윤석열 정부에서 감축 부담을 줄여준 주요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특성상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산업연구원 보고서가 주된 근거였다. 오는 9월 유엔에 제출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정확한 전망에 근거해 부문별 감축량을 할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비영리 연구단체인 플랜1.5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배출권거래제 업종별 배출량 통계’를 보면, 탄소 다배출 6대 업종인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6761만톤으로 2022년 2억7514만톤보다 2.7% 감소했다.
산업별로 시멘트 산업이 10.5% 줄었고(4264만톤→3817만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우 각각 6.8%(2267만톤→2113만톤), 3.8%(814만톤→783만톤) 줄었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각각 0.6%(1억823만톤→1억754만톤), 1.8%(6044만톤→5936만톤) 감소했고 정유 산업만 1.7% 늘었다(3302만톤→3358만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가 둔화해 수출이 준 데다 국내 경기도 위축돼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해당 산업 탄소배출량이 같은 기간 5.3% 증가(2억9209만톤→3억754만톤)할 것이란 윤 정부 시절 산업연구원 보고서와 차이가 난다. 산업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의뢰로 2023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방안 연구’ 보고서를 냈는데, 해당 연구엔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탄소량이 각각 최소 2.7%에서 최대 26%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담겼다. 2023년 3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이 같은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근거로 2030년까지 줄여야 할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률 목표치를 2018년 대비 기존 14.5%에서 11.4%로 완화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를 유지하되, 산업 부문 부담만 줄인 것이다. 줄어든 감축분은 국제 감축과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부문에서 부담을 나눠지는 것으로 했다. 계획 확정 당시에도 기업과 산업계의 부담만 줄여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윤 정부가 산업계 탄소 감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연구원, 탄녹위와 함께 주요 산업 배출량 전망치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및 인도 등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초과 공급 유지 등으로 가동률 감소가 예견됐던 상황인데도 산업연구원은 2030년까지 국내 생산량과 배출량이 모두 지속해서 증가하는 비현실적인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년) 여파와 주요국 통화 긴축 정책 등으로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산업 등의 수출 둔화세가 2023년에도 지속할 것”이란 산업연구원 스스로의 단기 분석과 증권가 보고서와도 전혀 다른 전망이었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선 산업계에 ‘탄소 면죄부’를 주는 악습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감축 목표치를 설정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산업연구원의 엉터리 전망치를 근거로 산업계 탄소 배출량을 완화한 윤 정부의 선택은 탈탄소 산업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을 후퇴시킨 결과를 낳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2035년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 산업부문의 탄소 감축을 완화한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기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산업계를 과보호하기보다 적극적인 전환을 유도할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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