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환자들이 빠졌다”…전공의, 그들만의 사과 [기자24시]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5. 7.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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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환자단체연합회를 만나 의료 공백에 대해 사과했다.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가 내놓은 첫 사과다.

하지만 정말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전공의들의 잘못을 명확히 짚는 게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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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만나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진=한주형 기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의료 공백 사태가 터지면서 방영 일정이 한참 미뤄지는가 싶더니 전작(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비해 비교적 조용히 막을 내렸다. 현실에서는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상황, 미숙하고 서툰 극중 인물들의 좌충우돌 성장담을 귀엽게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환자단체연합회를 만나 의료 공백에 대해 사과했다.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가 내놓은 첫 사과다. 분명 의미 있고 의료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만남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사과에 담긴 잘못의 주체는 명확했다. 사직 전공의와 의료계다. 그런데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모호하다. 한 위원장은 “사태가 장기화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표현했다. 물론 사태는 복잡하고, 잘못한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전공의들의 잘못을 명확히 짚는 게 좋았을 것이다.

사과의 대상에서 환자들이 빠졌다. 전공의들의 표현은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이다. 한 위원장이 사과할 때, 그 말을 듣는 환자단체연합회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한 위원장을 쳐다봤고, 누군가는 허공을 응시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말없이 눈을 감았다. 그 표정 뒤에 숨겨진 마음의 깊이를 감히 짐작하지 못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구체적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입장에 가까웠다.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입법을 위해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제도화는 신중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약속을 미뤘다.

한 위원장이 전체 전공의들의 뜻을 곡해할까 걱정해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사과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드라마 속 전공의들은 사고도 치고 미움도 받고 울고 웃는다. 때로 ‘의사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도망가기도 한다. 그래도 결말은 언제나 환자 곁이다. 의료 공백의 엔딩도 그러길 바란다.

[최원석 과학기술부 기자]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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