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물속 걷는 길’ 인기…발끝에서 시작된 여름 치유 여행
맨발 자갈길·모래길 이어 치유형 수변 공간 확장…“도시재생 모델로 주목”

휴가철이 한창인 7월 마지막 주말, 안동댐에서 흘러든 물이 만든 실개천. 그 위로 길게 펼쳐진 400m 수로형 산책로엔 맨발의 시민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안동시가 탈춤공원 앞 낙동강 강변(운흥동 300번지 일원)에 조성한 '물속 걷는 길'이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 속 인기를 끌고 있다.
'물속 걷는 길'은 안동댐의 맑고 차가운 물을 끌어들여 만든 일종의 '실개천 산책로'다. 길이 약 400m, 깊이는 성인 발목 정도로 설계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이들은 맨발로 물길을 따라 뛰놀며 자연 체험을 즐기고, 어른들은 발을 담그며 무더위를 식힌다.
현장을 찾은 주민 박미경(43) 씨는 "에어컨 없는 옛날 시골집 마당 개울 느낌이 난다"며 "요즘처럼 더운 날엔 집에서 나와 아이랑 걷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물속 걷는 길'은 단순한 피서 시설을 넘어, 안동시가 추구해온 '자연친화형 치유 공간'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부터 시는 낙동강 둔치에 모래길·적운모길·자갈길 등 맨발 산책로를 조성해왔다. 다양한 재질이 주는 촉감과 자극을 통해 도심 속에서 건강한 치유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들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각 산책로는 재료에 따라 감각 자극이 다르게 구성돼 있고, 물속 걷는 길은 그중에서도 여름철 대표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맑은 물과 바람, 흙과 돌의 질감이 어우러지는 복합 체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색적이고도 청량한 풍경은 이미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해시태그 '#안동물속길'과 함께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숨은 피서지', '아이와 함께 걷기 좋은 곳' 등의 반응을 이끌며 외지 관광객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주말 방문객 중 상당수가 대구, 포항, 김천 등 인근 도시에서 찾아온 가족 단위 관광객이다.

여름철 수변 피서공간은 전국 각지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안동의 사례는 '도심 내 자연형 복합 산책 공간'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서울 송파구의 '성내천 맨발 산책로'나 전북 완주의 '물길따라 맨발걷기길' 등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자연적 요소 일부만 활용하거나 짧은 구간에 그친다. 반면 안동은 낙동강변 전체를 거점 삼아 연계 체험을 구상하고 있다.
시민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유지관리와 장기적 계획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물의 흐름이 멈추지 않도록 상시 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여름철을 제외한 시기에는 어떻게 활용할지도 과제로 남는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올해 성과를 토대로 이용 만족도 조사와 계절별 운영방식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시민 건강과 관광 콘텐츠를 함께 살리는 복합 전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의 '물속 걷는 길'은 단순한 더위 피하기를 넘어, 지역의 수변자원과 자연을 활용한 '느린 치유형 도시재생' 사례라 볼 수 있다. 기후 변화로 도심 무더위가 일상이 된 시대, 물과 맨발, 자연이 주는 감각은 점점 더 중요한 도시 복지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동의 실험이 전국 도시들에 작은 영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