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치 모두 다 같이 가꿔나가요
기후위기와 경제 침체 속 해결책으로 떠오른 ESG 관광
함께와 실천 강조한 플로깅...열린관광 페스타 등 확대

기후위기가 점점 더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는 이례적인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를 연달아 경험하고 있다.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고사 현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꿀벌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기후위기의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한반도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했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제주에서만 약 8만t의 해양 쓰레기가 수거됐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소비하고 배출한 쓰레기, 에어컨과 자동차 등 편리함을 위한 에너지 사용에서 비롯된 이산화탄소 배출이 누적된 결과다.
이와 함께 제주 관광은 '고물가'라는 사회적 인식에 부딪히며 내국인 관광객 감소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관광객의 발길이 줄면서 지역 상권은 침체되고 휴·폐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경제는 타격을 입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졌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아우르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광' 실천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 여행을 기반으로 한 '착한 관광'이야말로 제주 관광의 미래를 살릴 핵심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후손에게 빌린 자연을 지키자
제주의 경쟁력은 청정자연에서 비롯된다. 푸른 바다, 투명한 하늘, 수많은 오름과 곶자왈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라산과 용암 동굴은 제주 자연의 가치를 상징한다.
그러나 매년 2만t에 달하는 해양 쓰레기 문제가 불명예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자연은 우리 세대의 소유가 아니다.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 쓰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이 자연을 지켜야 한다. 특히 연간 1400만명이 찾는 제주는 관광객의 행동 변화가 곧 환경 보존으로 직결된다.
최근 제주에서는 친환경 관광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기차 렌터카 이용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중 전기차 렌터카 이용률은 2.4%에 불과했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또 '세상에 이런(E-Run) 트립' 활동을 통해 해녀, 해양경찰, 기업, 관광객이 함께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바다 정화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는 전국 최초로 '플로깅 전용 앱'을 개발해 도민과 관광객 누구나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프라도 구축했다.

▲합리적인 서비스와 공정한 가격
환경 보호와 함께 관광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 실현도 필수적이다.
제주는 그간 높은 물가로 인해 '관광객이 외면하는 섬'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자연과 콘텐츠가 있어도 관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위태롭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착한 가격 업소'와 '백년가게'를 발굴해 관광객에게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소비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관광객은 서비스와 가격이 투명하고 합리적일 때 다시 제주를 찾게 된다. ESG의 'S(사회)' 측면에서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첫걸음이다.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는 '2035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하고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을 통해 친환경 생활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공공기관 주도가 아닌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 관광업계도 ESG 실천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제주신화월드는 제주의 역사와 아픔을 배우는 '4·3 워크&런'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에코랜드호텔은 교래리 농산물 체험·구매로 지역 농가와 상생한다.
해비치호텔앤리조트는 성읍민속마을에서 식품 명인과 함께 전통 음식을 배우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친환경 국제인증인 '그린키' 숙소를 대상으로 한 할인 프로모션과 다자녀 가족 관광 이벤트를 진행하며, 저출산 시대에 맞는 사회적 가치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무장애 관광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제주
ESG 관광은 환경과 사회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적 접근을 요구한다.
제주가 지난해 시작한 '무장애 관광 주간'은 장애인, 고령자, 유아 동반 가족 등 누구나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올해는 이를 한 달간 진행되는 '열린관광 페스타'로 확장해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제주가 보여주는 이 포용성은 ESG 관광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속 가능한 관광은 단기간의 성과를 바라보고 추진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하지만 환경 보호, 사회적 신뢰 구축, 지역 상생이라는 가치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제주는 다시 국내외 관광객 모두가 찾고 싶어 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제주는 이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이다.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ESG 관광이야말로 제주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해답이다.
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