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피고 물 새던 헌집 개조… “꿈같은 내 방이 생겼어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천안 ‘초록우산 꿈자람 하우스’ 사업
아동 6명중 1명이 주거빈곤
질병 잦아지고 안전도 우려
2021년 첫발… 현재 11호째
주거환경 바꾸고 가구 교체
쾌적하게 생활하도록 지원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10세 은영(여·가명)이에게 집은 항상 어딘가 불편한 공간이었다. 집 안 가득 쌓인 옷가지와 고물들, 곰팡이 슨 벽 위로 덕지덕지 겹쳐 발라진 서로 다른 무늬의 벽지, 물이 샌 자국들…. 아빠 유진수(가명·61) 씨가 고쳐보려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당최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어려웠다고 한다. 환갑이 넘은 나이, 공장을 다니며 홀로 아이 둘을 키워내다 보니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열, 누수 차단, 곰팡이 제거 등 작업해야 할 항목은 모두 ‘돈 덩어리’여서 엄두를 내기도 어려웠다.
그런 은영이에게 다음 달이면 은영이만의 방이 생긴다. 천안시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한 민·관 협력 주거환경 개선 사업인 ‘초록우산 꿈자람하우스’ 사업 덕분이다. 꿈자람하우스는 주거환경을 보수하거나 노후 집기와 가구를 교체해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2021년부터 시작돼 벌써 5년째다. 천안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양육 세대 중 저소득 가정 및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보장 세대 등이 대상이다. 연간 1∼3세대가 선정돼 세대별 총 3000만 원 내외가 지원된다.

꿈자람하우스 사업은 아동들도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거빈곤 상태에 놓인 아동은 45만 명에 달한다. 주거빈곤은 면적, 구조, 설비, 주택 유형 등에서 최소 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에 살거나, 임대료 부담으로 적정 주거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아동 약 6명 중 1명 이상이 주거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아동에게 주거빈곤은 곧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문제로도 연결된다. 단열·환기 불량, 곰팡이·유해충에 노출된 주거빈곤 아동의 알레르기 비염 발생률은 13.9%로, 일반 아동보다 훨씬 높다. 은영 양과 동생도 감기에 자주 걸리곤 했다. 우울증이나 기분장애 경험률도 5.5%로, 일반 아동(1.6%)에 비해 현저히 높다. 초록우산은 “주거빈곤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 부족을 넘어 아동의 삶의 질, 미래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부모가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낡디낡은 집들이 대부분인 만큼 큰 비용을 들여 보강공사를 하지 않고선 집을 수리하기 쉽지 않다. 은영 양의 아버지 유 씨처럼 한부모 가정이면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공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늦게 퇴근하고 나면 집 안 청소만도 힘에 부친다. 해 줄 수 있는 일은 미안해하는 것뿐. 유 씨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내 잘못 같아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며 “애들에게 한없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은영 양의 집은 열한 번째 꿈자람하우스가 될 예정이다. 지난 25일 착공식 후 한창 공사 중이다. 현재 아빠와 두 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비좁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은영 양은 “예쁜 핑크색 레이스가 달린 침대가 있는 내 방을 갖고 싶다”며 직접 그림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단열, 도배가 안 돼 있을 뿐 아니라 문 하나 없이 바깥과 통하게 돼 있는 주방도 시급하게 고쳐야 할 숙제다. 지금은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돼 있어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꿈자람하우스에 입주한 아이들은 “꿈만 같다”고 입을 모았다. 쥐와 벌레가 나오는 집에 거주했던 이모(11) 군은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집에서 온전한 ‘안전함’을 느낀다. 10호 세대에 거주하는 김모(7) 아동은 “이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며 “우리 집에 친구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표모(10) 아동은 “늘 쫓기듯 울퉁불퉁한 곳에서 불편하게 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가족들과 식탁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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