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으로 위기 극복… 미국은 “Fun해” 한국은 “뻔해”
판타스틱4·슈퍼맨 美 흥행 1위
한국선 문화적 차이 탓에 저조
‘착한 엘리트’ 캐릭터 매력 부족
복잡한 세계관에 진입장벽도


# 악당 렉스 루터(니컬러스 홀트)에 완패당하기 직전, 땅에 쓰러진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캔자스주 시골마을에서 어머니·아버지와 즐거웠던 유년 시절의 추억, 그리고 그들이 아들에게 준 한결같은 사랑.
# ‘판타스틱4’의 4인방 중 한 명인 인비저블 우먼 수 스톰(버네사 커비)이 우주 최강의 빌런 갤럭투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는 지고지순한 덕목 때문.
두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맨’과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은 각각 DC유니버스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 속한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지만, 현시점에선 ‘가족주의’ 키워드로 함께 묶이는 미국식 신파다. 히어로가 가족, 책임감, 사랑, 연대의 중요성을 증명한다는 건 미국 사회에 던지는 신선한 메시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닳고 닳은 이야기로 치부된다.
한국과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를 보면 두 영화를 대하는 두 나라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슈퍼맨’은 지난 9일 개봉해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누적 관람객 80만 명에서 고착 상태다. 개봉 나흘 만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었고 현재는 10위권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개봉 후 14일간 1위를 지켰고 현재까지 글로벌 누적 수익 5억269만 달러(약 6995억4760만 원)를 벌어들여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5일 현지 개봉한 ‘판타스틱4’는 ‘슈퍼맨’을 1위 자리에서 밀어냈다. ‘판타스틱4’는 개봉 후 주말까지 사흘 만에 북미시장에서만 1억1800만 달러(1634억 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오랜 부진에 빠진 마블을 살릴 구원투수로 기대되고 있다.
두 영화가 현재 미국 영화관을 양분해 점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판타스틱4’는 개봉 당일조차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첫 주말을 지나면서는 4위로 내려앉았고 좌석판매율(좌석 대비 관람 관객 수)도 7.2%로 개봉작치고 매우 저조하다.
두 영화가 전면에 내세운 ‘가족주의’ 코드가 한국 관객에게는 피로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에 대해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말하자면 ‘미국식 신파’다. 신파는 단지 눈물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주의 문화가 만연한 미국이지만 가정을 우선시하는 사고는 상상 이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족, 지역, 회사 등 다양한 조직 안에서 개인의 삶이 존재하는 것과 달리 서구 국가에서는 가족이야말로 하나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울타리라고 인식한다.
정 평론가는 “미국에서는 가족의 가치를 앞세우는 것이 억지스럽다거나 고루하지 않고 여전히 많은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두 영화의 북미 흥행으로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콘텐츠는 익숙함을 넘어 다소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반복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한국 영화 대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를 선택한 관객은 더더욱 우주적 스케일에서 오는 시원한 액션과 기분전환용 오락 콘텐츠를 기대하는데, 최근 들어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교훈을 주려는 일련의 흐름이 되레 피로감을 누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박혜은 더스크린편집장도 두 나라의 문화적 코드가 겹치지 않는 지점에 ‘슈퍼맨’과 ‘판타스틱4’가 절묘하게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박 편집장은 “인간적 결함을 가지고 때로는 잘못된 길에도 발을 들이는 어벤져스 캐릭터들과 달리 슈퍼맨이나 판타스틱4 주인공들은 오직 선함만 가진 신과 같은 존재거나 엘리트 우주비행사 출신의 초능력자들”이라며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아이언맨이나 헐크 등과는 결이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히어로 세계관이 방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 공통적인 분석이다. ‘판타스틱4’는 영화 막바지 쿠키영상을 통해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알렸다. 코믹스 때부터, 혹은 그간 MCU나 DC유니버스를 빠짐없이 챙겨본 팬들에게는 ‘+1’이 반갑지만, 초심자들은 한 영화를 즐기기 위해 앞선 열 편이 넘는 전작을 ‘예습’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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