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가치를 파괴하는 짓이다

우리나라는 없는 돈을 빌려서라도 부동산 매수에 몰리는 부동산 공화국이지만, 아울러 조그만 국토에도 불구하고 비행장이 곳곳에 이웃해 있는 비행장 공화국이기도 하다. 현재 전국에 15개의 민간 공항과 여러 군사 비행장이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수효에도 불구하고 이제 또다시 10개의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국토를 파헤치려 난리다. 공항 건설을 시골 버스 터미널 신설쯤으로 가벼이 여기는 이상한 나라다.
15개의 공항 중에 4개만 흑자이고, 나머지 11개는 이용객이 극단적으로 적어 상당한 적자 상태로 '고추 말리는 공항' 신세가 됐다. 11개의 적자 공항들은 다른 흑자 공항들의 지원과 해당 지자체로부터 시설 관리를 위한 보조금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즉, 자체적으로 관리가 안 되니 복지든 교육, 의료, R&D에 적절하게 쓰여야 할 혈세가 이용객도 없는 적자 공항의 주차장 잡초 제거 비용, 난간과 계단, 유리창 교체 비용과 화장실 청소비, 인건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새로 만들려는 새만금 공항은 기존 군산공항과 불과 1㎞ 옆이다. 제주로 치면, 동문통에 공항이 있는데 서문다리 쯤에 또 새로 만들려는 꼴이다. 그런데 기존 군산공항은 이용객이 타 공항처럼 극도로 적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떠나서 지자체가 명맥을 유지하려고 진에어 등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데, 바로 옆에 신공항을 만들려는 이유는 뭔가?
KTX 서울-부산이 2시간 시대에 포항, 울산, 대구에 공항이 있는데 부근에 또 다른 신공항을 짓자고 한다. 흑산도, 백령도, 울릉도, 서산, 화성, 포천 등등 무슨 공항 백화점 차리려는 건지. 엑스포를 명분으로 내걸었던 가덕도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는데도 환경파괴에는 눈 딱 감고, 150m 바다 깊이를 기필코 매립하고야 말겠다는 만용을 부리고 있다.
우리 제주에는 한진(정석)비행장까지 기존 비행장이 2개나 있는데 또 신공항을 만들려고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표만 의식한 업적 만들기에 혈안인 무책임한 정치인들과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 국민 혈세 낭비에는 무책임한 정치인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관료, 공무원들. 그리고 부동산·토건업자들이 제주의 뛰어난 경관과 환경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이런 파괴가 궁극적으로는 제주의 소중한 가치를 파괴하는 짓인데, 본인들의 업적과 배만 불리겠다는 야욕에 도민들은 혼란과 피해를 보고 있다.
제주는 한라산으로 인해 넓은 들판(드르)이 드물다. 일제는 현 제주공항인 정뜨르비행장과 알뜨르비행장 2개나 건설해서 중일전쟁 후 남경 폭격과 상해 해상물 폭격의 전초기지로 이용했고, 해방 직전에는 결사항전 기지로 삼아 제주도를 불바다로 만들려 했다. 이제 제주에 군사공항을 병행하려는 제2공항이 성산의 드르에 건설되면 강정 해군기지와 더불어 평화의 섬이라는 구호는 날아가 버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집중 공격의 표적지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신공항 관련 세미나에도 국토부와 국회의원들을 초청했는데도 불참했다. 도지사를 포함한 정치인들은 표와 업적 때문에 더 이상 도민 다수의 의사를 무시하지 말기 바란다. 관료들도 자기 돈이면 큰 적자 뻔한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텐데, 더 이상 '고추 말리는 공항' 건설에 국민 혈세를 낭비해선 안 된다. 그 돈으로 뒤처지는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예산과 복지, 교육 등에나 제대로 쓰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