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내도, 퍼내도 다시 막혀···반복되는 광주 '빗물받이 전쟁'···문제는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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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빗물받이를 치워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시민들이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남구청은 4인 1조로 꾸린 2개 조가 관내 빗물받이를 관리한다.
김 반장은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더운 날씨와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빗물받이 정비에 나서고 있다"며 "주민들도 빗물받이 위에 덮개를 씌우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빗물받이 관리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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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삽·곡괭이·포대자루 뿐
8만3천개 빗물받이 54명 관리
인력 부족…"주민 협조" 당부

"수십 년째 빗물받이를 치워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시민들이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날 작업이 이뤄진 송하동 일대는 김 반장이 순찰 중 눈여겨본 '문제 구간'이다. 인근 산에서 쓸려 내려오는 낙엽과 토사로 자주 막히는 곳이다. 김 반장은 "순찰 중 낙엽이나 쓰레기가 많이 보이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또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현장에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빗물받이 정비는 도로 측면 배수구 뚜껑을 열고, 내부에 쌓인 이물질을 삽으로 하나하나 걷어내는 단순하지만 고된 작업이다. 사용하는 장비라곤 곡괭이, 삽, 그리고 포대자루가 전부다. 전문 장비는커녕, 소형 진공장비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작업팀이 빗물받이 뚜껑을 열자 흙과 낙엽이 가득 차 있었다. 수십 차례 삽질을 반복한 끝에야 내부의 거름망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름망은 빗물이 일정량 이상 고이면 하수관로로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한다. 퍼낸 이물질은 포대자루에 담겼다. 하루 평균 30~40개, 많을 때는 100개 넘는 포대자루가 쏟아진다. 이날도 빗물받이 두 곳을 정비했을 뿐인데, 트럭에는 이미 포대자루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남구청은 4인 1조로 꾸린 2개 조가 관내 빗물받이를 관리한다. 빗물받이 하나를 정비하는 데 평균 10분 이상 걸리는 데다 이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하루에 1개 조가 처리할 수 있는 빗물받이는 고작 20~30곳에 불과하다.
현재 광주 전역에는 총 8만3천613개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다. 자치구별로 보면 동구 8천44개, 서구 1만6천178개, 남구 6천789개, 북구 1만3천906개, 광산구 3만8천702개다.

빗물받이를 막는 주범은 낙엽, 토사, 담배꽁초 같은 생활 쓰레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 반장이 꼽은 '진짜 골칫거리'는 따로 있다. 바로 나무 뿌리다. 김 반장은 "가로수 근처 빗물받이엔 뿌리가 땅속을 파고들어 관로까지 침범한다. 이럴 땐 공사를 해야 하고, 당연히 세금이 투입된다"며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국가적 낭비'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열악한 작업 환경도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도로변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늘 차량과 맞닿은 곳에서 진행돼 사고 위험이 크고, 장마철을 앞두고 민원이 집중되는 만큼 35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 작업이 잦다.
김 반장은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더운 날씨와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빗물받이 정비에 나서고 있다"며 "주민들도 빗물받이 위에 덮개를 씌우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빗물받이 관리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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