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물 방통위’로는 호갱 소비자 못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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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단통법 폐지 첫 날이라 할인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신제품은 저희가 50만원 지원해드릴게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11년 만에 폐지된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 가격을 묻자 마치 선심 쓰듯 50만원 할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50만원은 통신사에서 주는 공통지원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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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단통법 폐지 첫 날이라 할인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신제품은 저희가 50만원 지원해드릴게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11년 만에 폐지된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 가격을 묻자 마치 선심 쓰듯 50만원 할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50만원은 통신사에서 주는 공통지원금을 의미한다. 유통망 차원에서 추가 지원금은 없는 셈이다.
“50만원은 공통지원금 아니냐”라고 묻자, 그는 “그거 알고 오셨냐”라고 되물었다. 같은 날 옆 동네에서는 갤럭시S Z플립7이 번호이동 조건으로 출고가보다 100만원 더 싼 43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단통법 폐지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통신사들이 정보 격차를 악용해 소비자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단통법이 생겼던 이유는 정보 때문에 소비자가 차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제 단통법이 없어지면서 누군가는 훨씬 좋은 조건과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노예 계약 수준의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내고 휴대폰을 구매할 위험에 놓였다. 노약자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 혼란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는 없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하위법령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로, 전체회의조차 열 수 없어 시행령 의결이 불가능하다. 방통위가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는 셈이다. 결국 방통위의 행정지도와 사업자의 양심에 소비자 지갑을 맡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새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려는 정부와 임기(2027년 7월까지)를 지키려는 이 위원장의 힘겨루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방통위를 없애고 새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통위 폐지법‘까지 발의했다. 껍데기만 남은 방통위의 감시 아래 소비자들 스스로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하라는 조언은 공허하다. ’식물 방통위’로는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 소비자를 사업자의 불법행위로부터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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