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화웨이의 비밀스러운 역사 [새로 나온 책]

화웨이 쇼크
에바 더우 지음, 이경남 옮김, 생각의힘 펴냄
“화웨이는 재앙이다(도널드 트럼프).”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의 20%를 연구개발비에 쏟아부었다. 순이익의 3배 가까운 액수다. 삼성전자의 같은 재무 지표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더욱이 이런 대규모 투자 관행의 성과를 착실히 돌려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고사 작전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5G 스마트폰의 자체 개발에 이어 딥시크에 AI 칩을 공급하면서 첨단 기술 부문에서 ‘중국 자립’의 상징적 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 정도의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 가운데 화웨이처럼 정체성이 불투명한 기업은 없다. 소속 노동자들이 주주인 비상장회사로 등록되어 있지만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테크 전문 기자 에바 더우가 밀착 취재와 내부 자료를 통해 화웨이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준다.

도시사란 무엇인가
셰인 이웬 지음, 민유기 옮김, 앨피 펴냄
“도시사는 인문학은 물론 사회과학 전반의 다양한 학문적 영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발전했다.”
19세기부터 도시의 성장과 발전, 거버넌스와 환경 영향, 정체성과 각종 도시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도시사 입문서다. 학술서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딱딱해 보이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요소가 많다. 역사를 다루는 동시에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근대화 이후 도시는 문명이 발전하는 공간적 집결지가 되었고, 이 공간에서 파생되는 각종 불평등은 그 자체로 사회문제로 확장되었다. 특히 유럽의 도시, 미국의 도시, 아시아의 도시를 초국가적 관점에서 살피는 동시에 도시사 연구 흐름의 최근 변화 양상까지 다룬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서 오가는 논쟁과 고민은 글로벌 차원으로 넘나든다.

사회연대경제
로베르 부아예 지음, 박충렬·안정현 옮김, 경인문화사 펴냄
“사회연대경제는 오랜 역사가 있으며, 이는 곧 그 미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조절이론을 정립한 프랑스 경제학자다. 조절이론은 197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경제 이론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 경제학 방법론을 채용했다. 지은이는 호혜 원칙에 기반한 연대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에 민주적 원칙을 도입한 사회연대경제가 ‘시장도 아니고 국가도 아닌, 둘 사이의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 시장·국가의 시선으로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연대경제가 왜 주류가 되지 못했는지 한계를 지적한다. 활동범위가 지역 공동체 수준에 머물거나 농업 분야를 제외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사회경제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사회연대경제의 미래를 긍정한다.

라자로의 미궁
가미나가 마나부 지음, 최현영 옮김, 하빌리스 펴냄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엄청난 착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스터리 이벤트 참여를 위해 참가자 8명이 호숫가 펜션에 모인다. 이윽고 이벤트가 시작되는데, 주최 측은 “세 건의 연쇄살인이 예정되어 있고, 여러분 중에 범인과 피해자가 숨어 있다”라고 선언한다. 또한 범인을 색출하기 전엔 누구도 그 펜션에서 나갈 수 없다. 첫 장으로 들어가면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외부와 단절된 공간의 한정된 인물 가운데서 연속적으로 사건이 발생)’로 읽히지만,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완전히 다른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휴가 중인 독자라면 이동하면서 읽기에 안성맞춤.

어린이는 어린이
이지현·김정재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수많은 어른이 하지 못했던 일들은, 아이들은 기꺼이 해낼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다.”
2023년 미국 공영방송 PBS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첫 필리핀계 미국인 캐릭터 ‘TJ’가 등장했다. 그로부터 2년 전인 2021년에는 첫 아시아계 미국인 ‘지영’이 할머니의 요리법으로 떡볶이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영국 애니메이션 〈페파피그〉 시즌 7 ‘가족’ 편에는 두 명의 엄마와 함께 사는 꼬마 북극곰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한다. 어린이에게도 ‘편견과 차별, 혐오는 옳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존엄하다’라는 사실을 배울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전제는, 대한민국 어린이 콘텐츠에서 줄곧 외면당했다. EBS 〈딩동댕 유치원〉의 용기 있는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까닭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별이’와 유기견 ‘댕구’, 휠체어를 탄 ‘하늘이’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두 PD가 흘린 ‘피 땀 눈물’을 기록했다.

비교의 산파술
김수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죽은 자들이 전해주는 유산은 그들의 답변이나 해답 자체가 아니라 실험과 사유의 여정이다.”
발터 베냐민과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은 여섯 살 차이의 동시대인이었다. 각각 철학자, 영화감독으로 큰 족적을 남긴 둘은 공통된 지인이 여럿 있었지만 직접 교류하지는 않았다. 저자는 베냐민의 저작과 에이젠슈테인의 기획을 겹쳐보고 둘 사이 모종의 친화성을 ‘발굴’한다. 월트 디즈니와 미키마우스는 두 사람의 사유가 교차하던 대표적 지점이다. 에이젠슈테인은 죽기 직전까지 디즈니 관련 원고를 집필했다. 베냐민은 미키마우스 캐릭터에서 자본주의적 근대성의 모순을 발견했다.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단순히 영화(또는 “영화적인 것”)라는 소재를 넘어선다. “현재를 통해 미래를 전망하기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자 하는” 지향이 닮았다고 저자는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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