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는 비밀이 능사? 국익·알권리 함께 지킬 ‘소통’을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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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도 관세협상 과정을 공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이 궁금하다."
외교·안보 관련 부처의 브리핑에서는 국가 이익과 국민 알 권리를 함께 지키기 위한 여러 공보 방식이 활용된다.
쉽지 않은 안보 문제로 기자들을 상대해 온 대변인실과 국가안보실장·차장 등의 부담을 줄이고, 기자들은 더 명확한 외교·안보 메시지를 받을 수 있어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외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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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도 관세협상 과정을 공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이 궁금하다.”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나온 한 기자의 질문이다. 이날 브리핑은 오전부터 이어진 ‘국무회의’를 주제로 열렸지만, 미국과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사흘 앞둔 터라 기자들은 관세협상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을 했다.
미국 매체와 미국 고위관계자를 통해 다양한 소식이 쏟아지는데, 한국에서는 협상에 참여하는 우리 쪽 장관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답답함’에서 비롯된 질문들이었다. 이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협상 과정 자체가 드러날수록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알 권리가 우리 국익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외교·안보 사안, 특히 협상 전략을 고려해 자세한 설명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정부가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설명을 ‘제한’하는 것은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비밀주의’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한 외교 당국자는 “정보를 감출수록 오히려 잘못된 기사들이 나가는 일이 잦다. 정보가 부족하니 중심이 아닌 주변을 취재하고 이를 통해 ‘관측기사’가 나간다”며 “신뢰를 기반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국익을 위하는 보도가 이뤄지도록 하는 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관련 부처의 브리핑에서는 국가 이익과 국민 알 권리를 함께 지키기 위한 여러 공보 방식이 활용된다. 브리핑에서 당국자의 발언을 실명 보도하는 ‘온브리핑’ 방식이 있고, 익명으로 보도하는 ‘백브리핑’ 방식도 있다. 또 직접적인 인용을 하지 않지만 기사 내용에 녹여 활용하는 ‘딥백브리핑’ 방식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도 활용하지 않는 ‘오프브리핑’ 방식도 있다. 기자와 당국자는 상황에 따라 브리핑 방식을 정하고, 국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알 권리를 만족시키는 보도를 하게 된다.
또 외교·안보 분야의 언어는 일반 언어와 다르게 쓰이는 특징도 있다. 예컨대 외교 분야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는 것은 ‘논쟁했다’는 의미이고 ‘상호 이해를 증진했다’는 것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교·안보 공보 담당자는 이런 특수한 언어를 일반적인 말로 바꿔주는 역할도 한다.
이런 이유로 외교가에서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외교·안보 전문 언론담당관을 대통령실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쉽지 않은 안보 문제로 기자들을 상대해 온 대변인실과 국가안보실장·차장 등의 부담을 줄이고, 기자들은 더 명확한 외교·안보 메시지를 받을 수 있어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외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이다.
많은 나라가 이런 직책을 정부 안에 두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는 ‘전략소통조정관’, ‘안보소통보좌관’이라는 전담 공보·홍보 직책이 마련돼 있다. 전략소통 조정관은 외교∙안보 정책을 대내외에 설명하고 전략적 메시지를 조율하는 임무를 맡으며 브리핑에도 나선다. 또 백악관 NSC 안에는 공보팀과 대변인이 구성돼 있는데, 현재 브라이언 휴스 대변인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프랑스에도 국제 분야 언론소통을 전담하는 보좌관 직책이 별도로 존재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외교·안보에 대한 적절한 공보의 필요성이 커졌다. 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 당국자와 외교 전문가를 국내에서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당국과 언론이 상호 신뢰와 전문성을 함께 갖출 때 국익과 알 권리를 함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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