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익는 계절] 무르익은 여름을 마시다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7월호 기사입니다.

“여러 가지 과일로 술을 빚어봤는데, 그중에서 원재료의 풍미가 술에 가장 잘 녹아나는 게 자두였어요. 또 김천 자두 품질이 훌륭한데, 조금만 물러져도 유통이 어려워서 폐기해야 했어요. 술을 빚기에는 그처럼 푹 익은 편이 좋거든요. 자두로 술을 빚는 게 지역 자두농가의 유통상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안이기도 했죠.”

크라테 자두는 일반적인 포도 와인을 만드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씨를 제거하고 파쇄한 자두에 설탕과 효모를 넣고 발효한다. 품종으로는 ‘대석’과 ‘후무사’를 주로 사용한다.
“포도와 달리 자두는 풍미를 살리려면 저온에서 발효해야 해요. 10~15℃에서 천천히, 총 3번에 걸쳐서 발효하고, 1년 동안 숙성해요.”
그다음 난관은 여과였다. 포도 와인처럼 술이 맑게 되지 않아 여러 번 여과를 거치고서야 비로소 맑은 술이 나왔다.
“자두꽃 꽃말이 순수예요. 색깔이 꽃말처럼 투명하고 예쁘죠? 시원하게 드시면 산미가 올라와서 새콤달콤해서 맛있어요. 술 못 마시는 사람도 이 술은 잘 마셔요.”
어울리는 잔으로는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와인 잔을 적극 추천한다. 산미가 좋아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리지만 육회나 대게 등과 궁합이 좋다.
“일본에서는 살구주를 ‘신루츄’라 하며, 매실주에 버금가게 인기가 높아요. 한국 관광객들도 필수로 사오곤 하죠. 그런데 일본 살구주는 대부분 인공 향료를 넣어서 살구향을 내요.”
살구주를 개발할 당시 인공 향료 없이, 진짜 살구의 맛과 향을 살려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살구로만 발효한 술은 도리어 살구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 신맛이 높아 대중적인 기호도 떨어졌고요. 고심 끝에 살구발효주에 살구침출주를 적절한 비율로 섞었더니 살구 본연의 맛과 향, 색상이 더 잘 살아났어요.”
센인톤 시리즈는 특이하게도 와인의 향을 ‘팬톤 컬러(미국 팬톤 사에서 만드는 기준 색표집)’로 표현했다. 센인톤 살구는 팬톤 컬러 143번. 노랑에 오렌지가 한 방울 떨어진 듯 살구를 연상시키는 색이다.
“술을 음미할 때 눈-코-입 순서로, 색-향-맛을 느껴요. 눈으로 보는 색감이 술의 이미지와 맛의 설렘을 제공하죠.”
센인톤 살구는 와인 잔이나 위스키 잔에 부어 마시는 걸 추천한다. 알코올 도수가 꽤 높아 얼음을 담은 맥주잔에 가득 채워 얼음을 녹이면서 마셔도 좋다.
“단맛과 신맛이 두드러지지 않고 온화한 맛이어서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려요.”
“제 술의 모토가 여성들이 사랑하는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어요.”
향기가 진하지만 인공 향료를 넣은 것은 아니다. 복숭아와 설탕, 효모만으로 발효했다. 천도복숭아가 새콤달콤한 맛을, 황도가 술의 향기를 담당한다.

“좋은 와인의 95%는 원물에서 나와요. 나머지 5%는 와인을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고요. 또 와인은 ‘느림의 미학’이에요. 빨리빨리 가지 말고 천천히 가야 해요.”
느림의 미학이라는 그의 표현처럼 골든복숭아는 만드는데 약 1년이 걸린다. 숙성에 특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복숭아에 든 ‘펙틴’이란 성분 때문이다. 펙틴은 미끈거리는 느낌의 섬유질로 술을 뿌옇게 만든다. 숙성을 거치면서 맑은 성분이 떠오르고, 여섯 번의 여과를 더 거쳐야 비로소 골든복숭아가 완성된다.
“골든복숭아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 식전주나 식후주로 안주 없이 마셔도 부담이 없어요. 가벼운 샐러드 등과 궁합이 좋고, 파스타나 피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식과도 잘 어울려요.”
고도리와이너리는 그 밖에 포도로 빚은 ‘고도리화이트(10.5%)’ ‘고도리레드(12%)’ 등의 와인과 포도 와인 증류주(브랜디)인 ‘징기스칸(38%)’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글 길다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 사진 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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