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지현·김세영 기자] 故 이종수 도예가는 대전 미술·도예계의 뿌리이자, 지역 예술 교육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종수 도예가의 작품과 예술적 뜻을 담은 가칭 '이종수도예관'은 단순히 한 예술가의 업적을 기념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민과 예술이 함께 호흡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 예술계에서는 이종수도예관이 전시뿐 아니라 교육·체험·커뮤니티 기능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충청투데이는 이종수도예관이 대전 예술의 정체성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와 가능성을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
"이종수도예관이 도예라는 단일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예술 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미술은 장르 간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도자기라는 장르 하나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장르와 융합하고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종수 도예가에 대한 연구 역시 기본이 튼튼해야 된다. 연구가 잘 이루어져야 작가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고 이는 곧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토대가 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작가에 대한 탄탄한 연구 기반은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열고 예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그 공간에 들어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 이종수도예관이 위치할 소제동은 오래된 주택도 많고, 전반적으로 옛 정취가 살아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종수도예관을 지역적 특성과 잘 연계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예술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예관의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종수도예관을 세움으로써 대전 문화예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소규모 미술관들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길순정 대전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이종수 도예가는 대전 지역 예술인들에게 큰 귀감이 되어온 인물이다. 이번에 건립되는 이종수도예관 역시 후배 작가들에게 깊은 울림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특히 단 한 점의 작품도 남기지 않고 모두 기증하기로 결정한 유족의 뜻에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이다. 아쉬운 점은 이종수미술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두 차례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시가 문화체험시설로 변경하면서 문체부의 사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아도 도예관 건립이 추진은 정상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체부가 지적한 '정체성 부족' 문제는 이종수도예관이 본격적으로 건립되기 전에 반드시 보완하고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다. 지역 예술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한 미술관 형태보다는 체험형 시설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제는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예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지, 또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교육, 체험, 커뮤니티 기능을 함께 담아내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변상형 한남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이종수 도예가는 지역 예술인이자 교육자였다. 그를 기리는 공간이 조성된다면 지역에서는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종수도예관을 단순히 기증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시민이 작가의 예술세계를 체험하면서 그의 삶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현대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점점 더 시민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한 전시 기능을 넘어 사회문화적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시대다. 기증 작품이 수장고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운영 전략을 세우고 이를 행정이 아닌 전문가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획 단계부터 전문 학예 인력이 참여해야 하며 이들의 의견을 행정기관이 적극 반영해야 한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에서 이미 두 차례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실질적인 운영계획과 정체성, 차별성이 명확히 반영돼야 한다. 이종수도예관 건립 이후에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기획과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차정일 목원대 도자디자인학과 교수
"도예는 생활예술 기반으로, 시민 누구나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영역이다. 특히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다면 도자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이종수도예관은 시민 뿐만 아니라 지역 도예가들에게도 실질적인 기회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젊은 세대가 도예에 관심을 갖고 진로를 고민할 수 있도록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병행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으로 도자문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도예관을 비롯한 문화시설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 전시에 그치지 않고, 굿즈 제작·판매나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향유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해나갈 필요가 있다. 전남 강진의 고려청자박물관처럼 타 지역의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해 이종수도예관 특색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