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모자란 건 시간, 넘치는 건 일…무료하고 심심할 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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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으면 시간은 참 잘 가겠다"고 말하는 지인들이 있다.
어제도 친구가 들러 곰팡이 나는 나무판을 사포로 다듬어 글씨를 쓰는 걸 보며 "넌 시간 하나는 잘 가겠다"고 했다.
시간이 잘 가면 빨리 늙는 것이고, 늙으면 당연히 죽는데, 결국 "넌 빨리 죽겠다"란 말이 아닌가? 듣는 사람은 좋을 수가 없다.
고만고만한 처지의 지인들이 모여 밥값 내기로 점심때 한 게임, 저녁 때 한 게임 한 후 식사하다 보면 "시간 하나는 잘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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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으면 시간은 참 잘 가겠다”고 말하는 지인들이 있다. 어제도 친구가 들러 곰팡이 나는 나무판을 사포로 다듬어 글씨를 쓰는 걸 보며 “넌 시간 하나는 잘 가겠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시간이 잘 가면 빨리 늙는 것이고, 늙으면 당연히 죽는데, 결국 “넌 빨리 죽겠다”란 말이 아닌가? 듣는 사람은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친구와는 절교하든가 무슨 수를 내야 할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시간은 참 빨리 간다. 벌써 7월 끝자락이다. 장마가 끝났으니 여름 무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여겼는데 마당에는 반딧불이 보인다. 계절은 가을로 흐르고 있다. 볕과 바람, 꽃과 풀잎 하나마다 계절이 매달려 있다. 성급하게 지나는 시간을 잡아둘 수도 없어 안타깝기만 한데, 시간이 빨리 가니 좋겠다며 초를 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의 시간은 얼마나 느린지 체감하고 싶은 마음이다.
며칠 전 전화를 해 “요즘 뭐 하고 사냐”고 물어오는 친구에게 “넌 요즘 뭐 하고 사냐”고 물었다. 3년 전 공직에서 퇴직할 때 앞으로 뭐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일했으면 됐지 또 하긴 뭘 해!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고 유유자적 살아야지!” 하며 폼 잡던 친구였다.
친구는 요즘 이렇고 저렇고 한참을 설명하는데, 결론은 당구를 친다는 거였다. 고만고만한 처지의 지인들이 모여 밥값 내기로 점심때 한 게임, 저녁 때 한 게임 한 후 식사하다 보면 “시간 하나는 잘 간다”고 했다. 빨리 죽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이 많다는 말로 들렸다.
처음 귀촌했을 때 옆 동네 산속에 사는 형님이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기에 “여름에는 덥지 않냐”며 “멋도 좋지만 시원하게 머리 좀 자르라”고 농담을 걸었다. 그랬더니 “자르고 싶어도 시내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괜한 거짓말로 치부했는데 시골에서 살며 이해할 수 있었다. 이발소에 가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많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고 귀찮기도 하다.
설마 그럴까 하지만 시골에서 맘 잡고 살아보면 그렇다. 잡초도 무성하고 꽃가지도 제멋대로 웃자라 풀숲이 된다. 방역을 안하면 모기며 벌레도 극성이다. 찾아서 하려고 들면 한도 끝도 없는 일이다.
시골의 삶이 얼마나 무료하고 심심할까, 또 얼마나 외로울까 하며 측은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렇게 무료하고 외로우니 뙤약볕에서 풀을 뽑고, 당구장도 갈 수 없으니 나무판에 글씨라도 써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시골에선 시간이 늘 빨리 가고 또 모자란다. 시간이 안 간다면 마음 잡고 시골에서 살아보길 권한다. 너무 빨라 죽을 지경이다.
물론 시골에서 살아도 시간이 안 가 죽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도시에 있어도 시간이 안 가 죽을 사람들이다.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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