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등에 스마트팜 농가 휘청인다

이시내 기자 2025. 7.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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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4년간 74% 올라
고도화설비 전기없인 작동 불능
사시사철 온도 유지 위해 냉난방
요금·기본전력비 비싸 운용 부담
재배면적 축소·작목 전환 잇따라
전남 신안군 팔금면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김일수 신안섬바나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왼쪽)과 백인철 신안군 친환경농업과장이 바나나의 생육을 점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냉난방용 전기요금이 큰 부담”이라고 말한다.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아열대작물과 스마트팜이 미래농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장 농가들은 농사용 전기요금 급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 옥천면에서 4320㎡(1300평) 규모로 바나나를 재배하던 정수섭씨(78)는 최근 작목을 전환했다. 바나나 재배에 맞춰 높이 8.3m짜리 시설하우스 2동을 짓는 데 전체 사업비 10억원을 들였지만 결국 무용지물이 됐다.

그가 바나나농사를 접은 주된 원인은 전기요금 부담이었다. 정씨는 “시설하우스 내부를 20℃로 유지하는데 올초 한동에서만 보름 만에 450만원의 전기요금이 나왔다”며 “나처럼 작목을 전환하거나 재배면적을 줄이는 농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반도 내 아열대 기후권이 넓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교차가 크다. 작목별로 적정 생육온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여름철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은 난방을 해야 한다. 최근엔 여름철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시설하우스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방을 하느라 여름에도 전기요금이 들어간다.

신안군 도초면 4㏊(1만2000평) 규모의 임대형 스마트팜 바나나 생산단지에 설치된 냉방시설.

신안군 팔금면에서 5950㎡(1800평) 규모로 바나나를 재배하는 김일수 신안섬바나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온도가 30℃ 이상으로 치달아 열과가 발생해 묘목 자체를 다시 식재해야 한다”며 “한여름에는 난방비 부담은 줄어들지만 팬을 돌리고 환기하며 실내 온도를 낮추느라 전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장성군 삼서면에서 2479㎡(750평) 규모로 레몬을 재배하는 서동현씨(74)도 “레몬 적정 온도가 27∼28℃인데, 근래 폭염으로 33℃ 이상 치솟고 있어 온도를 낮추기 위해 팬을 가동하고 있다”며 “오히려 여름철 전기요금이 더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7차례에 걸쳐 농사용 전기(을·저압) 요금을 총 74% 인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에서도 전기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2023년 195만2000원이던 농가 광열비가 지난해 205만5000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팜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량도 무시할 수 없다. 신안군이 청년농을 육성하기 위해 도초면에 4㏊(1만2000평) 규모로 조성한 임대형 스마트팜 바나나 생산단지의 경우 냉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5월 전기요금이 3966㎡(1200평) 기준 평균 90만원이 나왔다. 스마트팜 관계자는 “전기 사용량과 관계없이 부과되는 기본전력 비용이 40만원가량임을 감안하면 스마트팜 설비 운용만으로 월 50만원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스마트팜의 전기요금은 설비 고도화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기가 끊기면 작동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전력 사용량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스마트팜 시설을 대규모로 운영하는 기업형 농업회사법인의 경우 한달 전기요금만 수천만원이 나오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도농업기술원 등 관련 기관은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도입과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도농업기술원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유리온실 스마트팜에서 태양광 발전을 접목해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관계자는 “2019년 첫해 에너지 자립률은 53∼55%였으나, 2024년 현재 67%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3.5㏊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에서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강진의 농업법인 ‘탐진들’은 지열 히트펌프를 도입해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김규하 탐진들 이사는 “연간 11억∼12억원의 전기요금을 지불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시설이 없다면 부담이 더 컸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선 토지 확보부터 전기 인허가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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