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주할 일 없다던 김여정 “北美정상 관계는 안 나빠”

노석조 기자 2025. 7. 3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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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담화… ‘한국 패싱’ 우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다방면적인 왕래와 접촉이 확대 강화되고 있는 속에 평양-모스크바 직항로 운영이 재개돼, 이를 축하하는 의식이 지난 28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9일 대미 담화를 내고 “우리 수반(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전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남 담화에서는 “한국과 마주할 일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이틀 담화를 통해 한국을 패싱하고 미국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핵 보유’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인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불가역적 핵보유국 지위와 능력과 함께 지정학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도 했다.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그간의 입장을 재강조하면서 김여정은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고 했다.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픽=박상훈

앞서 백악관 당국자는 지난 28일 김여정의 대남 담화가 나온 직후, 언론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과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여정은 29일 백악관 당국자의 발언을 언급하며 대미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대미 담화는 ‘헛된 망상’ 등 거친 표현을 쓴 전날 대남 담화에 비해 순화된 내용이었다. 대통령실은 김여정의 대미 담화에 대해서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북미 회담 재개를 지지한다”면서 “회담을 촉진하는 여건을 만드는 데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는 향후 북미 대화를 포함해 대북 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패싱’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칫 북핵 협상이 미·북 간에 이뤄지고 한국은 뒤로 빠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랜드(RAND)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김여정의 담화는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북한에 양보를 충분히 하면 이들이 대화의 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계속 유화책을 내놓으며 양보를 할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는 한물간 과거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핵무장을 고도화하며 한국을 압도하기 전에 이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도록 요구하는 등 현실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브루스 베넷 박사(RAND 연구소)가 지난 2022년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본지 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남강호 기자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지난달 인천 강화 석모도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추정 남성 시신 1구를 내달 5일 판문점을 통해 인도하겠다고 북한에 공개 통보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이 사체 및 유류품을 8월 5일 15시에 판문점을 통해 귀측에 인도하고자 하니 북측은 남북 통신선을 통해 입장을 신속히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신에서 발견된 임시 증명서에 따르면 이 남성은 1988년 10월에 출생한 고성철이며,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에 거주하는 농장원이다. 유류품으로는 군인용 솜동복과 배지 등이 있다.

현재 북한과의 소통 채널은 완전히 막혀 있고 이재명 정부는 이를 복원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신 인도’도 남북 통신선 단절로 대북 통지문을 발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알리는 방식을 취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시신 발견 사실과 인도 의사를 유엔군사령부 연락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북측에 통보했기 때문에 북측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북한의 반응은 없다고 한다. 북한이 시신 인도일까지 인수 의향을 밝히지 않으면 시신은 지방자치단체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침에 따라 화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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