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 농부다] 기가 찬 시행착오 끝 마주한 기막힌 천국의 맛
어머니 표 ‘뜸북장’ 양념·아들 발효 기술 시너지
미네랄 풍부한 삼척 지역 물 품질 향상 역할
김성훈·최소연 부부 청국장 본격 판매 2년 차
발효 콩가루 단백질 셰이크 개발 젊은 층 공략
‘좋은 콩’ 재료 사용 신념 무농약 농사 도전
“직접 재배한 콩으로 우리만의 균주 발견 목표”
12. 김성훈·최소연 천국장 대표
천국장을 운영하는 김성훈(31)·최소연(31) 부부는 삼척 토박이다. 지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특별히 없었다. 성훈 씨는 20대 초반 자연스럽게 삼척에 있는 화력발전소에 취업했다. 소연 씨는 은행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청국장 사업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부부는 ‘내 사업’으로 만들어갔다. 어머니 가마솥으로 콩을 삶고, 아버지 작업공간을 사무실로 받았다. 근덕면 교가리의 사무실에서 두 대표를 만났다. 수령 수백년을 자랑하는 교가리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서있는 곳이었다. 청국장 사업은 이제 부부에게 “꼭 지키고 싶은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아빠
청국장에 눈길이 간 건 어머니 덕분이었다. 성훈씨 어머니는 삼척에서 백반집을 했다. 메뉴에는 ‘뜸북장’도 있었다. 뜸북장은 매콤한 맛이 특징인 삼척지역 청국장이다. 손맛이 좋은 엄마표 요리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발효된 콩을 납품받아 어머니가 양념을 입히면 유통만 담당하는 게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직접 콩 발효에 뛰어들었다.
청국장에 빠진 건 아버지 때문이기도 했다. 사업 고민을 하던 즈음, 성훈 씨 아버지는 암 판정을 받았다. 성훈 씨는 암에 좋다는 음식이며 치료법을 샅샅이 뒤졌다. 발효식품은 항암 효과가 있는 대표 식품이었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의 일이어서 정보를 많이 찾았다”며 “항암에 좋은 음식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게 청국장이었다”고 했다.
성훈 씨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치료만큼 중요한 게 식생활이었다”며 “우리가 만든 청국장이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청국장은 항암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혈관 건강, 면역력 증진, 소화 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비롭고 기가 찬 발효
성훈 씨는 발효 과정을 두고 “신비롭다”고 했다. 청국장이 만들어지려면 대개 40도 내외의 온도, 80%의 습도가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성훈 씨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소연 씨는 “같은 조건이어도 서울과 삼척이 다르고, 삼척에서도 하장면과 미로면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다르다”며 “발효 공간의 공기와 습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발효 작업이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미생물이 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그 공간의 공기, 온도, 습도 등 환경에 영향을 받아 콩을 삭힌다.
물 하나도 청국장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삼척 지역 물은 이들의 자부심이다. 성훈 씨는 “근덕면은 특히 물이 좋아 동네 분들이 ‘수돗물을 먹어도 된다’고 할 정도”라며 “물이 발효에 직접 작용하지는 않더라도 좋은 물을 먹고 자란 콩이어서 품질이 다르다”고 말했다.
발효는 신비로운 일이지만, 동시에 “기가 차는” 일이기도 했다. 시행착오만 반 년이었다. 8시간 동안 밤새 콩을 삶고, 삶은 콩을 채반 위에 올린 뒤 48시간을 꼬박 기다렸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소연 씨는 “발효가 하나도 안 돼 생콩일 때도 있었고, 과발효가 돼 썩은 경우도 있었다”며 “한번에 콩을 40~50㎏씩 삶았는데 수도없이 버렸다”고 했다. 콩 값을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다. 성훈 씨는 “채반을 확인할 때마다 기가 찼다”며 “그래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0.1도씩 온도를 바꾸며 계속 시도했다. 지금의 청국장은 6개월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용기와 책임감으로 버틴 4년
사업은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 청국장을 본격적으로 판매한 건 2년이다. 가장 뿌듯한 때는 역시 ‘맛있게 먹었다’는 피드백이 올 때다. 손님들은 부모, 조부모가 해줬던 청국장을 떠올리며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성훈 씨는 “돌아가신 엄마, 할머니가 해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고 했다.
젊은 층 공략법도 찾아냈다. 운동을 하는 주위 또래들은 체중조절용 단백질 셰이크를 즐겨 먹었다. ‘단백질’은 누구보다 이들과 가까웠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식품이다. 발효콩 가루를 파우치에 담아 셰이크를 만들었다. 청국장하면 떠오르는, 꼬릿꼬릿한 암모니아 냄새도 잡았다. 소연 씨는 “발효를 우리 방식대로 소화해 젊은 층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했다.
청국장 사업을 시작하며 부부는 식생활과 가치관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음식이다.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먹는 횟수를 대폭 줄였다. 소연 씨는 “사업에 스며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발효 공부를 하면 할수록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사업을 시작한 게 감사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효 식품이 우리 몸에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소비자에게도 이를 잘 알리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아기에게 음식을 잘라주듯
올해 성훈 씨와 소연 씨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부부는 올해를 “투자하는 해”로 삼았다. 이제까지는 어머니 식당에 있던 가마솥으로 콩을 삶고, 열 평 남짓한 공간에서 발효 작업을 했다. 부부는 올해 발효실 공사를 시작했다. 스팀솥과 발효기 등 설비도 들인다. 이렇게 시설을 완비하면 일주일에 50㎏씩 삶던 콩의 양을 80~100㎏까지 늘릴 수 있다.
끝내주는 청국장은 결국 좋은 콩에서 나온다는 생각은 콩 농사에도 뛰어들게 했다. 지난해 시작한 농사는 올해 잘 자리잡는 게 목표다. 작은 것이라도 발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에 농약을 쓰지 않겠다는 목표로 농사를 시작했다.
전통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해외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월과 5월에는 각각 강원도경제진흥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한 해외 현지 수출 박람회에 참가했다. 그 결과 호주 유통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중국 기업에 발효콩 셰이크 샘플을 보내는 성과를 이뤘다.
부부에게 발효는 ‘사랑’과 닮았다. 성훈 씨는 미생물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발효’ 과정을 부모가 아기 음식을 잘게 잘라주는 것에 빗댔다. 그는 “아기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부모가 씹어주기도 하지 않느냐”며 “그게 사랑”이라고 했다. 소연 씨는 “단백질을 잘게 잘라 소화를 돕는다는 점에서 발효는 제게 ‘친절함’으로 다가온다”며 “이 가치를 잘 전달하는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두 대표에게는 여느 또래에게는 없는 그들만의 목표가 있다. 언젠가 이들이 재배한 콩으로 이들이 꾸린 발효실에서 이들만의 발효콩 미생물을 발견하는 것이다. 성훈 씨는 “미생물의 세계는 무궁무진해 매순간이 배움”이라며 “언젠가 우리만의 균주를 발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설화 기자 lof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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