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생각과 다른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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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두루마리 화장지 30롤이었다.
종착지는 두루마리 화장지 30롤 비닐팩.
현관부터 신발장, 화장지가 놓여 있던 거실 구석부터 소파 밑까지 한바탕 청소를 끝낸 뒤에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두루마리 화장지는 핸드폰 대리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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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화장지는 핸드폰 대리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었다. 상담자는 언니였는데 직원은 인심 좋게 언니와 나 모두에게 사은품을 내밀었다. 생필품 가격이 상당히 비싸진 데다 마침 화장지를 사야 했던 때라 기분 좋게 받아 들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대리점 앞 노상에 쌓아두었던 화장지들이라 어느 하나쯤 개미들이 뚫고 들어갈 수도 있었을 법했다. 화장지를 어떻게 버려야 하나. 일단 커다란 종량제봉투를 사 온 다음에. 나는 그런 것들을 중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뭐가 어찌 됐든 개미들을 잔뜩 죽인 뒤라 기분이 점차 가라앉았다. 직원의 호의가 의도치 않게 악몽이 되고, 꽤 좋은 집 자리를 찾았다고 신이 났을 개미들에겐 때아닌 지옥이 펼쳐진 셈이었다.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네. 한숨을 쉬며 화장지를 내다 놓은 자리로 걸어갔을 때였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황망해진 나는 근처를 급히 돌았다. 공동현관과 로비, 화단과 재활용장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화장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잽싸게 들고 가버렸다는 얘긴데. 머리가 아파왔다. 잠깐의 욕심으로 누군가의 집에 다시금 개미지옥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었다. 정말 생각대로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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