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보호체계 한계’ 드러낸 국내문화재

유혜연 2025. 7. 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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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중심에 지자체 개입 못해
유네스코 통합적 관리 지침에 역행
‘일관된 재해 대응’ 법령 정비 시급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발간한 ‘2025 운영지침’. 제96~99조는 세계유산의 무결성과 진정성 유지를 위해 국가 및 지방 차원의 입법·제도적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UNESCO World Heritage Convention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 국내 문화재들이 기후재난에 대응할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위협에 노출돼 있다.

조선왕릉처럼 정부가 단독으로 관리하는 유산은 긴급 상황이더라도 지자체가 나서기 어려운 구조(7월23일자 1면 보도 등)이고 반대로 자연경관형 유산은 산림청·지자체·사찰 등 여러 주체가 얽혀 있지만 조율할 협의체가 없어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 예방부터 복구까지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네스코 등재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2025 세계유산 운영지침’에 따르면,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보호수단 ▲완충지대 설정 ▲통합적 관리 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 특히 제96~99조는 ‘유산의 무결성과 진정성을 유지하려면 국가와 지방 차원의 입법적·규제적 조치가 실질적 보호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재 체계는 중앙정부 중심에 머물고, 구조물 위주의 평시 관리에 치우쳐 있어 기후위기 시대의 복합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엔 방화나 실화가 위협이었다면, 이제는 폭우·폭설 등 기후재난이 상시 위협으로 떠오르며 제도의 한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조선왕릉은 국가유산청이 단독으로 관리해 지자체가 긴급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 화성 융건릉은 이런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지난해 겨울 폭설로 소나무 1천여 그루가 훼손됐지만, 예산 구조 속 후순위인 수목 관리·지자체 개입의 법적 부재 등이 겹치며 복구가 반년 가까이 지연됐다.

또 가장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지정 일주일 만인 지난 19일 사연댐 수위 상승으로 침수되는 사태를 겪었다. 앞서 유네스코 본부는 한국 정부에 “사연댐 공사 진척을 보고하고,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남양주 봉선사가 입은 폭우 피해 복구는 조율 체계 부재를 노출한 사례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은 아니지만 국가지정문화재를 포함한 사찰림 일대인데 최근 폭우 피해 이후 산림청·지자체·국가유산청 간 협의체 부재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재난을 ‘상시 위기’로 전제한 대응 체계가 시급하며, 자연경관형 유산일수록 지자체 개입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법령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규호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는 “일본은 재해 전담 조직과 매뉴얼을 갖춰 발생 시 일원화된 대응이 가능하도록 정비돼 있다”며 “각기 흩어진 체계보다는 통합적이고 일관된 재해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중앙정부 관리 원칙 아래 지자체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긴급 상황에 한해 여지를 둘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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