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 야당·재계 “경제파탄 우려·참담”
사용자 정의 확대 원·하청간 직접교섭·쟁의행위 손배 차등 등 골자
대형 상장사 이사 선출시 집중투표제 의무화 ‘더 세진’ 상법개정안도
오는 8월1일 관세 협상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더 강력해진 상법(상법 2차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협치를 벗어난 입법 강행에 야당도 “산업 중심축을 흔드는 자해행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 노란봉투법, 근로자에 초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이 지난 28일 오후 민주당과 진보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논란이 확산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해 원·하청간 직접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자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귀책사유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내용 등 노동자의 각종 권리를 획기적으로 보장하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이 하청기업 근로조건에 개입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때 원청 사업주도 사용자로 보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는 게 중요한 변화다.
여기에 현행법상 노동쟁의 정의인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노사)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에서 ‘근로조건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및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한 분쟁’으로 바뀌었다. 쉽게 말해 쟁의의 인정범위가 넓어졌다.
노란봉투법에서는 특히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책임비율에 따라 다르게 정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노동조합에서의 지위,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발생 관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100% 연대책임’을 완화시켰다.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다.
■ ‘더 세진’ 상법 개정안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에서 이사를 선출할 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28일 여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이 통과된 데 이어 ‘더 세진 상법 개정’ 처리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되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서 복수의 이사를 선출할 때 각 주주가 자신의 보유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갖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수 주주가 표를 몰아준 사람도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더 크게 열리는 것이다.
또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도록 했지만, 개정안에서는 2명 이상으로 늘렸다.
■ 야당 “경제파탄 우려”, 재계 “참담”
상법 개정안에 이어 노란봉투법 처리가 급물살을 타자 야당과 재계는 연일 입장문을 내고 국가경제에 악영향과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적극적인 대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9일 비대위에서 “정부와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반시장 입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런 폭주는 기업을 옥죄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는 이날 당정이 윤석열 정부에서 내린 법인세 최고세율(24%)을 2022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는 한편,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현재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까지 추진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8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입법을 연이어 쏟아내는 건 기업들에게 극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사항까지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되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고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은 기자 z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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