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벌목이 산사태 원인 아니냐”…환경장관 “간벌은 필요”

김규원 기자 2025. 7. 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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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벌·임도’ 등 산림청 사업 두고 논쟁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일어난 경남 산청군 산사태의 원인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짧은 토론을 벌였다. 관련 장관 중 한 사람인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산림청 주장과 같이 한국 산림엔 간벌(솎아베기)과 임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서, 이 대통령이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에선 "김성환 장관의 발언은 그가 환경부 장관이 맞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3명의 생명을 앗아간 산청 부리의 산사태에 대해, 최근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벌목과 임도 개설이 원인”이란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사상 최초로 방송을 통해 전 과정이 생중계된 이날 국무회의 마지막 대목에서 이 대통령은 “왜 산에서 30년 된 나무를 베고 새로운 묘목을 심느냐고 지난번에 물었다. 그렇게 하는 게 탄소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둘째로 나무를 베는 것이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번 산사태가 난 산청군도 20년 전쯤 벌목했던 지역이라고 한다. 벌목하면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산림청의 사업 가운데 ‘30년 이상 나무 모두베기 뒤 어린나무 심기’, ‘산불 뒤 모두베기하고 어린나무 심기’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이다. 앞의 사업은 멀쩡한 나무를 베서 탄소 배출을 늘린다는, 뒤의 사업은 모두베기가 산불 지역의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가 의견이 엇갈리니 전문가 이야기도 들어보고 과학적 검증도 하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 십수년이 됐는데 결론이 나지 않고 지금도 논쟁하고 있다. 그 사이에 1년에 몇 천억원씩 예산이 들어간다. (내년) 예산 편성 전에 결론을 내야겠다. 정리해서 국무회의로 가져오라”고 주무 기관인 농림축산식품의의 송미령 장관에게 지시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불, 산사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이 문제의 관련 기관인 환경부의 김성환 장관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것이 논란이 됐다. 김 장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이 체계적으로 간벌과 산림 관리를 하고 있다. 산림 총량을 정해놓고 그것을 넘어서는 만큼 간벌해서 바이오매스(땔감)와 같은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그 나라들은 한국처럼 모두베기를 하지 않고 간벌을 하는데, 그러려면 임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간벌이나 임도 건설은 최근 한국의 산림을 산불이나 산사태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이날 국무회의를 위해 국립공원공단이 사전에 보고한 내용과도 딴판이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김 장관은 간벌을 잘해야 하고 임도도 내야 한다는 입장 같다. 근데 한국처럼 이렇게 삐쭉삐쭉한(가파른) 산에 과연 임도를 내서 되겠나. 한국에서 임도를 내서 관리할 만한 데는 다 밭으로 만들었지 않나”라고 완곡하게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가파른 산림엔 임도가 필요 없다는 취지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오늘 국무회의 뒤 식사 자리에서도 산사태 관련 토론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뚜렷한 궁금증을 갖고 질문을 던졌고 관련 장관들이 돌아가면서 답했다. 다음엔 과학적 근거를 갖고 더 토론을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성환 장관의 발언에 대해 환경부는 “김 장관의 발언 취지는 선진국의 산림 관리 정책을 제대로 파악해서 토론을 하자는 것이었다. 산림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탄소 흡수원 확충 차원에서 적정한 간벌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벌어진 논쟁에 대해, 시민단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논평을 내고 “이처럼 중요한 논의의 장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내놓은 발언은, 과연 그가 환경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주무부처의 장관이 맞는지 깊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이 “환경적 가치와 생태계 보전이라는 환경부의 본분에서 벗어나, 마치 산림의 경제적 활용을 우선시하는 산림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림청 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해온 부산대 홍석환 교수(조경학)는 “환경부 장관으로서 전문성이 부족하고 회의 준비도 안 돼 있었다. 멀쩡한 나무를 베어 바이오매스로 쓴다는 말도 기후위기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반면, 이 대통령은 산사태와 관련해 모두베기나 솎아베기, 임도 내기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장관이 대통령보다 내용이나 방향을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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