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감고 뛰놀던 아름다운 강, ‘4대강 사업’으로 다 사라져”

오는 8월6일, 다큐멘터리 영화 ‘추적’이 개봉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17년 동안 추적한 내용이다. 지난 25일 이 영화의 감독 최승호 프로듀서를 서울 중구 필동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피디는 “이명박의 4대강 사업으로 (한국 고유의, 자연의) 강이 싹 다 없어졌다. 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국민들이 이 사업의 본질을 알게 되면 좋겠다. 정치권과 행정부의 사람들이 4대강 재자연화를 해야 한다고 공감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 영화를 만드는 데는 무려 17년의 세월이 걸렸다. 최 피디는 “2008년에 이명박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근무하던 문화방송) ‘피디수첩’에서 처음으로 ‘기로에 선 4대강’을 만들었고, 그 뒤로 피디수첩에서 4대강 관련해 2편을 더 만들었다.” 영화엔 그가 세번째로 만든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당시 문화방송 피디수첩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송되지 못한 과정이 생생하게 나온다. 이번 영화는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이명박의 4대강 사업으로 한국의 강들이 망가진 과정을 기록한, 일종의 ‘종합편’이다.
지난 17년 동안 한국 사회는 이명박의 4대강 사업에 발목 잡혀있다. 강은 모래밭을 잃고 썩은 호수가 됐고, 사람들은 이제 강에 들어가지 못한다. 왜 이런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최 피디는 “윤석열보다 이명박이 더 본질적인 문제였다. 이명박으로부터 윤석열이 나왔다.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는 민주주의가 꽃피었던 시절인데 사람들은 노무현 같은 정직한 정치인을 따분하고 피곤하게 느꼈다. 그리고 ‘747 공약’을 내세운 이명박의 부자 되기, 경제적 성공 욕망의 포로가 됐다. 그것이 운하를 파서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시대착오적 사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747 공약은 매년 7% 성장으로 1인당 GDP 4만달러를 벌고 7대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최 피디는 어떻게 그의 필생의 과제가 된 4대강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처음엔 수질은 좀 나빠져도 물 공급이라도 잘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전문가들을 취재하면서 가뭄이나 홍수 방지 효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운하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가장 결정적인 인물은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었다.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 계획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4대강 사업에 가장 비판적인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 연구위원을 만난 것이 잘 나가던 피디에게 불행의 씨앗은 아니었는지, 농담삼아 물어봤다. 매우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 연구위원을 만나서 3편의 4대강 관련 피디수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뒤로 피디수첩에서 쫓겨났고 엠비시에서도 해고됐다. 그러나 4대강 사업 문제를 알고 나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명박이 국가 예산 22조원을 그냥 먹었다면 오히려 그것은 큰 일이 아니다. 국토를 망가뜨리고 미래 세대에 큰 악영향을 주는 4대강 사업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영화에는 두 명의 주연이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고, 다른 하나는 최 피디 자신이다. 그는 17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을 3번 찾아가 만났다. 모두 4대강 사업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다. 왜 이런 사업을 했는지, 이 전 대통령은 뭐라 밝혔을까. “궁극적으로 운하를 만들면 경제를 발전시켜 자신의 747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 운하의 물류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강 주변 부동산을 개발해서 부자 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려고 했다. 그것을 통해 대한민국을 부자로 만든,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라와 시민을 부자로 만들고 싶었던 이명박의 욕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에 문제가 있었다. “이미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 동강댐 건설이 중단됐고 강의 자연을 보존하고 즐기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됐다. 유럽이 과거에 만든 운하를 자연으로 복원하던 시절에 자연 하천인 4대강을 운하로 만들어버렸다. 몰역사적인, 자연에 대한 테러였다.”
이 영화의 또다른 주연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최 피디의 생각이 궁금했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에게서 진실한 답변을 기대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의 태도나 반응을 보면, 뻔한 거짓말을 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자신의 한 일에 대한 진지한 책임감이 없었다. 진실과 거짓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은 도널드 트럼프와도 비슷하다.”
2009년 ‘기로에 선 4대강’ 시작해
피디수첩에서만 ‘4대강’ 3편 제작
이번 영화는 17년 취재 종합편
이명박 전 대통령 세차례 인터뷰
“부자 되려는 욕망 채워주려 사업 시작
모래 너무 많이 파 4대강 기형으로
이재명 대통령 주도로 재자연화를”
4대강 사업은 크게 준설과 보 건설, 제방 건설, 둔치 개발로 이뤄져 있다. 강에서 4억5900만㎥의 모래를 파냈고, 16개의 보를 만들었으며, 784㎞의 제방을 보강하고, 858㎞의 둔치를 개발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잘못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4억6천만㎥의 준설을 하고 낙동강을 수심 4~6m, 한강·금강·영산강을 수심 2.5~3m로 만든 것이다. 모래를 너무 많이 파내서 강이 기형적으로 바뀌었다. 당장 보를 해체해도 과거의 강이 바로 돌아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는 “강이 싹 다 없어졌다. 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4대강 사업의 영주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름에 강에서 물고기 잡고 멱감고 모래톱에서 뛰놀고 자던 그 아름다운 강이 사라졌다. 이런 모습을 더 이상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
영화 ‘추적’은 거의 3분의 2 분량이 낙동강에 관한 이야기다. 출연자 가운데서도 영남이나 낙동강 쪽 활동가나 전문가가 많다. 낙동강에 이렇게 집중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최 피디는 “4대강 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가장 많이 준설했고 가장 많은 보를 만들었고 가장 많이 파괴했고 가장 녹조 피해도 심한 곳이 낙동강”이었기 때문이라 했다. “한강과 낙동강을 운하로 연결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낙동강만이라도 운하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고도 짚었다.
그런데 현실은 낙동강이 관통하는 영남 지역에서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가장 강하다. 맹목적으로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영화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쉽게 실상과 전말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4대강 사업 이전의 강과 현재의 강을 비교해 본다면 사람들이 (보 설치 등으로 인해 녹조가 더 쉽게 드는) ‘녹조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4대강 문제 해결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선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강·영산강은 처리 방안을 결정하고도 집행하지 못했고, 한강·낙동강은 처리 방안을 결정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망가뜨린 4대강을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영남 여론을 자극하지 않겠다고 소극적으로 생각한다면 재자연화는 할 수 없다.”


그러면 문 정부는 4대강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어야 하나? 최 피디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어떻게 처리할지도 의지를 갖고 밝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녹조 독소가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강을 이대로 두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다른 나라에선 강을 어떻게 복원하는지” 등을 잘 제시했어야 한단 것이다. 최 피디의 말대로 유럽에선 2030년까지 2만5천㎞의 강을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뭄이나 홍수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공약으로 제시했고, 국정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 문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 피디는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했다. “과거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이 최고의 의지를 갖고 망가뜨린 강을, 제한된 자원을 지닌 환경부 장관이 복원할 수 없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최근 최 피디는 자신이 소속된 뉴스타파 경영진과 마찰을 겪었다. 뉴스타파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아주 높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상황을 지켜봤다. “당시 정년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내게 퇴사를 요구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뒤에 경영진이 무리한 퇴사 요구에 대해 사과했다. 현재 노사 간에 정년 규정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 그 규정이 만들어지면 따를 것이다. 지금은 영화에 집중하고 있고, 경영진도 지원해주고 있다.”
최 피디는 이미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으로 14만4천명, ‘공범자들’로 26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바 있다. 이번 영화 관객 수는 얼마나 예상하느냐 묻자, “10만명이면 충분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 좋겠어요. 이 영화를 보고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의 본질을 알게 되면 좋겠고, 정치권과 행정부의 사람들이 4대강 재자연화를 해야 한다고 공감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영화 뒤에도, 자연하천으로 되살린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천으로 꼽히는 내성천을 망가뜨린 영주댐 이야기 등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 대통령 “결론만” “직 거십시오”…최초 생중계된 68분 국무회의 어땠나
- 검찰, 스토킹범 ‘기각 세례’ 논란…풀어주자 또 해치러 갔다
- 대전 ‘교제 살인’ 4차례 경찰 신고 있었다…용의자 추적 중
- 특검, 김건희 오빠 장모 집에서 이우환 그림·현금 1억 압수…뇌물 적시
- 윤석열 ‘내란 위자료 10만원’ 판결 불복…항소장 제출
- 폭염 속 ‘가스관 측정’ 야외노동자 또 사망…“예고된 재난이자 타살”
- 김건희 오빠, 필사적으로 얼굴 가리고 ‘줄행랑’…“장모집 목걸이” 물었더니
- 나경원 “탄핵 반대가 왜 잘못?…역사가 평가할 것”
- 지구 더 빨리 도는 중…하루 24시간 못 채운 날, 7월에 있었다
- 쓰레기봉투 판매대금 6억 떼먹은 제주시청 직원…7년 만에 들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