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대통령실 출입에 부쳐 [세상읽기]


김준일 | 시사평론가
최근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발뉴스,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소속 기자들의 출입등록을 승인했다. 왜 유튜버가 대통령실에 출입을 하느냐, 하필이면 친정부·친민주당 성향의 매체만 출입을 허용하느냐, 음모론을 펼친 매체를 출입시키는 것이 맞느냐 등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청와대) 출입 매체와 기자 수는 계속 확대되어왔다. 전두환 정부 때는 11개 언론사 25명 기자만이 출입했으나 1990년 청와대 춘추관이 개관되며 한겨레 등 전국 일간지 몇개가 추가됐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엔 중앙 언론사 24개, 지역 언론사 20개로 출입이 확대됐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 출입기자가 100여명이었는데 노무현 정부 때는 개방형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며 300명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국회 출입 2년, 정부부처·공공기관 출입 5년 경력이라는 기준이 명확해졌다.
이는 미디어 환경 변화나 언론사 증가와 맥을 같이한다. 인터넷 기반 언론사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1인 미디어나 유튜브 기반 언론사의 대통령실 출입을 허용하는 것을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행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한국이 50%로, 조사 대상 48개국 평균 30%보다 20%포인트 높았다. 일부 시사 유튜브 콘텐츠의 하루 조회 수는 수백만회에 이르며, 영향력도 웬만한 기성 언론사보다 클 때도 있다. 이번에 새로 출입하게 된 기자들은 많게는 30년의 기자 경력이 있으니 자격이 없다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왜 특정 성향 언론들만 출입이 먼저 허가됐느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전 정부보다 100명 정도 감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판 언론 솎아내기란 비판도 나왔다. 윤 정부에서 피해를 본 언론사를 구제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침은 지난 6월 뉴스토마토와 미디어오늘의 출입 자격 회복으로도 확인됐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세곳에만 먼저 자격이 주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출입 매체의 편향성과 음모론에 대한 관점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2012년 대선 부정선거설, 세월호 고의침몰설, 미투 폭로 기획설 등 끊임없이 음모론을 제기한 적이 있다. 기존 언론들도 음모론을 방조하거나 많은 오보를 낸 적이 있지만 차원이 다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허가해줬다면 보수 진영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매체도 요건만 맞으면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물론 김어준씨가 직접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것은 아니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이 비교적 친정부 성향의 매체에 대해 출입을 먼저 허가한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출입기자 선정과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초 백악관은 출입기자 선정 권한을 직접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1914년 백악관기자협회(WHCA)가 설립된 이래 산하 위원회가 행사했던 권한을 정부가 가져간 것이다. 이후 백악관은 팟캐스터, 인플루언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자격 심사만 통과하면 누구에게나 백악관 출입 자격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새로 출입한 트럼프 지지 성향 크리에이터들이 질문을 독점해 기자회견의 질이 떨어졌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물론 두 정부의 언론관을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 시엔엔(CNN), 에이피(AP) 등 기성 매체의 출입을 거부하거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등 노골적인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문화방송(MBC) 기자를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한 것과 유사하다. 반면 이재명 정부가 언론을 차별 대우하는 징후는 없다.
필자는 다양한 형태의 언론에 대통령실 문호를 개방하되, 비윤리적 행동을 하고 사회 정의를 해치는 보도를 하거나 음모론을 퍼뜨리는 매체에 대한 출입정지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경우 언론 탄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다양한 형태의 언론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섬세한 기준을 만들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언론의 취재를 막는 게 문제지 다양한 언론에 기회를 제공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정부는 특정 언론에 특혜를 준다는 시비를 벗어나기 위해 기회 제공을 균등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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