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지수와 허상 [한겨레 프리즘]

이경미 기자 2025. 7. 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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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9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라고 쓰인 팻말을 들어 보이며 경제 회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경미 | 정책금융팀장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식시장을 꼽는다.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다. 대선 전날 2693.97이었던 코스피는 지난 28일 기준 3209.52로 약 20% 올랐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코스피 5000’을 제시했으니 이 대통령 당선 효과인 것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된 자본시장과 기업 지배구조의 불합리한 관행·제도를 정부가 바로잡고 한반도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으로 코스피 5000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코스피 5000은 우리 경제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국회는 소액 일반주주의 권리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해 주식시장 정상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코스피 5000이 이 대통령의 ‘먹고사니즘’과 어떻게 연결되느냐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돈이 모이고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 경제가 살아난다는 코스피 5000 구상은 언뜻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면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실물경제의 움직임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막대하게 풀린 돈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자산시장은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돈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수익성 높은 곳을 찾아다니는 금융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각국의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각국의 경제 상황과는 관련 없다. 코스피 5000이 화두가 된 증권가에서도 최근 주가 상승을 두고 “펀더멘털로는 상승을 설명하기 힘들고, 앞으로도 펀더멘털이 메인 스토리는 아니다”(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물경제보다는 환율 같은 외부 금융환경의 변화 영향이 더 크다는 취지다.

주식시장의 구성을 봐도 그렇다. 우리 주식시장은 제조업 비중이 높지만 실물경제는 서비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식시장이 실물경제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장기업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부가가치로 치면 10%, 고용으로 치면 4%에 불과하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도 있다.

코스피 5000의 또 다른 목표는 우리 경제의 ‘돈맥경화’를 부르는 주요 원인인 부동산에 묶인 돈을 끌어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주식이 과연 부동산을 대체하는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 한국 주식투자자들은 대체로 내가 가진 주식을 언제 사고팔아 수익을 낼 것인지에 큰 관심이 있다. 이에 반해 부동산은 보유 그 자체를 자산으로 인식한다. 거기에 큰 차이가 있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특히 서울 아파트시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보유 그 자체로 자산이라는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이라고 하지만 그건 계좌 수이지, 코스피 5000의 수혜를 체감할 만한 인구는 이 대통령도 한때 포함됐던 ‘꽤 큰 개미’들로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피 5000은 대다수 시장 참여자에겐 허상일 뿐이다. 특히 개미 투자자들에겐 먼 얘기일지 모른다. 지수 2600~2800에서 물렸다가 팔고 나온 대부분의 개미들에게는 말이다.

코스피가 5000까지 가려면 지금보다 50% 이상 올라야 한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2020년 3월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코스피는 1500 아래로 떨어졌다가 1년4개월 만에 3300을 넘어 100% 이상 성장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모두가 안다.

어떤 지수가 유의미하려면 우상향으로 일정하게 움직일 때여야 한다. 하지만 주가는 언제 어떻게 어떤 이유로 출렁일지 모르는 속성을 갖는다. 그래서 주가지수가 목표로서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코스피 5000이 경제 정책의 대표 슬로건이 되는 건 국민 삶을 바라보는 이 정부의 빈곤한 철학을 드러낼 뿐이다.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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