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밖에서 시작되는 청년의 삶[2030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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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사회가 정한 표준 경로라면, 청년 대부분은 시작부터 그 경로에서 이탈한 채 달리고 있다.
청년의 삶은 이미 제도 밖에서 출발하고 있다.
제도권 안의 삶만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불안정한 상태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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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고용 통계가 심상치 않다. 대학을 졸업한 비경제활동 인구가 중졸 이하보다 많아졌다. 이제는 학력도 고용을 보장하지 못한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는 그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졸업 후 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이 56만 명으로, 미취업자의 절반에 가깝다. 3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1993년생인 나는 'N포 세대'라 불리며 20대를 보냈지만, 지금 20대가 처한 상황은 그때보다 더 열악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사회가 정한 표준 경로라면, 청년 대부분은 시작부터 그 경로에서 이탈한 채 달리고 있다. 인구와 경제가 성장하고 정규직 일자리가 활발히 창출되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호황'보다 '불황'이라는 말을 더 자주 들으며 자랐고, 괜찮은 일자리에 진입하는 문턱은 해마다 높아졌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두 알고 있다. 첫 직장이 이후의 커리어 경로는 물론 자산 형성 가능성까지 좌우한다는 걸. 그래서 일자리 선택은 더 신중해지고 준비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청년의 삶은 이미 제도 밖에서 출발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저숙련, 계약직,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그런 일자리는 더 이상 일부의 실패나 임시적인 경험이 아니다. 이제는 대다수 청년의 생계 기반이자 사회 진입의 출발점이다. 결국 우리는 묻게 된다. 지금도 표준의 삶이 존재하는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따라가게 될 것이라 믿었던 경로와, 실제로 가능한 현실 사이의 격차는 너무 크다. 그럼에도 많은 정책은 여전히 '표준'을 전제로 반복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제도는 여전히 많다. 국민연금은 평생직장 시대의 설계를 따르고 있다. 취업한 이들이 일정 금액을 납부하며 노후를 대비하는 구조다. 다르게 말하면,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출발한 삶은 노후까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취업 준비나 이직 기간도 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지만, 정치권의 답은 여전히 없다.
지난 주말 아이를 낳은 친구 집에 갔는데 소아과를 찾기 힘들어 걱정이라고 했다. 맞벌이 부부가 평일에 소아과 진료를 받으려면 연차를 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어느 한쪽이 일을 그만둔다. 저출생이 심각하다고 말한 지 오래 됐는데도 여전히 ‘아이냐, 일이냐’ 양자택일만 가능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양자택일 모델은 결국 여성이 경력을 포기하는 남성 중심 생계 부양자 모델로 현실을 끌어내린다.
정치는 변화한 표준을 껴안아야 한다. 제도권 안의 삶만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불안정한 상태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 삶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입안자가 돼야 한다. 현실은 정규직, 4인 가족, 평생직장, 남성이 가사를 부양하는 표준의 모델을 지나 미취업 상태, 1인 가구, 반복되는 이직, 맞벌이 부부여도 괜찮게 만드는 정치를 주문하고 있다.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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