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 공약 ‘산재 전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5년간 400억…李, 특단 조치 내놓나
행안위 “입법 취지 타당하지만 신중히 접근해야…기존 조직 기능 확대·강화가 바람직”
李 대통령 “산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사고 반복 기업 ‘주가폭락’하게 해야”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닌가"라면서 강하게 질타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이에 대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청이 신설될 경우 향후 5년간 총 402억6900만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은 산재 예방을 위해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사안으로, 이 대통령의 2022년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산업안전보건이라는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설립 필요성과 시기에 대해서는 더 신중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처는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 소속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핵심으로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연평균 80억5400만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당 개정안은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독립적이고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중앙행정기관을 설치해 정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자는 게 핵심 취지다.
현재 산업안전보건 업무는 고용노동부가 담당하고 있다. 2021년 출범한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본부와 지방고용노동청 일부 부서가 산재 예방, 유해물질 관리, 직업병 예방, 감독 행정 등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 중이다.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산업안전보건 업무의 종합적 수행과 전문성 강화를 취지로 2021년 고용노동부의 기존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의 조직과 인력을 확대해 출범했다.
그간 노동부의 노력에도 김용균씨 사고(2018), 이천 물류창고 화재(2020),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2022), SPC 사망 사고(2025) 등 대형 산재 참사는 해마다 반복되는 실정이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4~2023년 국내 산업재해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1777~2223명으로, 임금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망만인율은 0.96~1.12‱(퍼밀리아드·만분율)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기준 사망만인율(0.43‱)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34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의 1970년대(0.34‱), 독일(0.42‱)·일본(0.46‱)의 1990년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그간 꾸준히 제기된 대안이 바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조직 신설에 회의적이었으나,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수행한 연구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관련 논의는 계속 발전했고, 2021년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우선적으로 설치됐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향후 산업안전보건청 독립 출범까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구체적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따른 인건비와 기본경비, 자산취득비, 청사 임차비용을 토대로 비용을 추계했다. 추계 결과 보수와 기관부담금을 포함한 인건비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221억9700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산업안전보건청 사업 수행을 위한 인력과 예산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이관하고, 청장 1명과 차장 1명, 행정지원조직 구성을 위한 일반직 국가공무원 50명을 신규 채용하는 것을 전제로 공무원 보수규정 등에 따라 산정한 결과다.
여기에 행정기관 운영에 필요한 기본 경비는 같은 기간 77억340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PC·사무집기 등 자산취득비는 예산정책처의 정부부처 1인당 자산취득비 전망에 따라 설립 첫해에만 2억61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월 임차료를 적용한 임차료와 관리비는 같은 기간 100억7700만원으로 추계됐다. 다만 예정처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청이 실제 신선될 경우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직제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정확한 비용 규모를 추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회 행안위는 신중론…李 대통령은 산재 엄단 원칙
국회 행안위는 국내 산재 사고 실태와 산업안전보건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전담 조직 체계를 갖추려는 이 같은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직 신설보다는 기존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산재를 줄이기 위해 ①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②고용노동부 내 2차관을 신설하는 안을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1차관은 기획·고용 정책을, 2차관은 노동·산업안전·근로감독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구상이다. 2차관 신설안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산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고용 형태도 검토돼야 하는 만큼 노동과 산업 안전을 함께 관장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2차관으로 분리되는 경우 외청과 달리 정부입법권을 유지할 수 있어 산재예방과 처벌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보다는 노동부 내에 2차관을 신설하는 안에 좀 더 무게를 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사망만인율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0.29‱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22년부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시행 중이다. 해당 로드맵의 시행 기간은 2026년까지로, 시행 이후 사망만인율은 2022년 0.43‱에서 2023년 0.393‱으로 처음으로 0.3‱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역시 0.386‱으로 소폭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로드맵의 추진 상황과 효과를 감안해 신설 필요성과 시기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행안위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산재 예방에 관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의 업무 중복도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또한 그간 국회 토론회와 연구 등에서 △산업안전보건 업무가 근로기준 관리 감독 및 산재 보험 업무와 중첩된다는 점 △고용구조나 노동조건의 문제와 연계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 △노동부의 다른 업무와 융합적인 성격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행안위는 "별도의 '청' 신설은 종합적인 노동자 보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구의 신설보다는 현 조직의 효과적 활용 및 기능 확대를 통해 기업의 안전 역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에 대한 무관용 엄단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만들 수도 있다)"며 "똑같은 사망사고가 상습적,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것을 검토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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