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하이브리드 선박 울산 태화호…‘애물단지’ 오명 내년엔 털어낼까

산업과 관광을 모두 잡겠다고 만든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선박 ‘울산 태화호’가 계륵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말 새 보금자리에서 새출발을 꾀하겠다는 계획인데,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지난 24일 울산 남구 황성동 울산신항 부두에서 본 태화호는 말 그대로 ‘유람선’이었다. 녹슨 철판과 퍼런 천막으로 가린 쇳덩이들 사이에 새하얀 태화호 선체의 통유리가 반짝였다.

태화호 입구 왼쪽에는 4층까지 이어지는 승강기가 있다. 1층과 2층은 연회장이다. 1층 단상 뒤로 대형화면이 펼쳐져 있고, 2층은 유리 난간 너머로 내려다볼 수 있다. 2층에는 식음료를 제공하는 공간도 있다. 태화호가 출항하면서 양쪽 유리창 너머 바다 풍경이 움직였다.
3층 실증실의 6개 모니터에 서로 다른 화면이 떴다. 태화호를 위에서 내려다보듯 촬영된 영상과 항해 동선을 알려주는 지도, 주변 물체를 감지하는 레이더, 항해하는 태화호의 정보값, 태화호와 다른 배가 물살을 가르면서 만들어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자료 등이다. 바로 옆 항해실에서 작동하거나 활용하는 화면이 이곳에 그대로 뜬다. 실증실 옆 교육실에서도 같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야외 선상으로 꾸며진 4층은 일광욕 의자가 줄지어 있었다. 어느새 태화호가 전기로 움직이면서, 얕은 진동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매캐한 기름 냄새도 없었다. 울산대교를 사이에 두고 조선소와 자동차 선적부두, 석유화학공단이 한눈에 보였다. 평소 뭍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길이 89.2m, 2696톤급 태화호는 울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11월 448억원을 들여 함께 만든 스마트 선박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배터리를 함께 쓰는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선박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주목받았다. 울산시는 관광과 조선기자재 국산화 지원, 이 두가지를 한번에 잡겠다며 태화호를 바다에 띄웠다. 애초 유선(유람선)으로 허가를 받고, 내부 인테리어도 대형 행사 등에 맞춰 꾸미기로 했다. 평소 관광용으로 쓰면서 조선기자재 실증 등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20년 6월 설계를 시작해 태화호를 만드는 동안 지방정부가 바뀌었다. 태화호의 정체성은 뒤죽박죽이 됐다. 2년여 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넘겨받은 태화호는 보금자리도 없이 임시 계류장인 울산신항에 3년 가까이 더부살이 중이다. 정박 비용만 한달에 2천만원가량이고, 출항 때마다 1천만원 남짓한 돈이 든다. 한해 유지 비용은 약 17억원에 이른다.

선박용 항해통신기자재 등이 태화호 실증을 거쳐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선박 운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품을 갈아 끼워 시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보기술 실증만 가능한데, 울산지역 조선기자재 기업 가운데 대기업을 제외한 수요는 거의 없다.
태화호를 임대해 운항하는 비용은 2시간 기준 600만원이다. 입출항 경비와 연료비는 별도다. 부두에 정박한 태화호를 빌리는 데도 2시간 기준 200만원을 내야 한다. 태화호 운항횟수는 2023년 69회, 지난해 67회로 한달 평균 5~6회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기상 악화 등으로 16회에 그쳤다.
운항하면서 수집한 자료는 대학과 기업체 연구자료 등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비싼 비용 탓에 자주 운항하지 못해 자료 수집도 원활하지 않다.
울산시는 태화호의 더부살이를 끝내기 위해 남구 장생포 고래박물관 인근에 길이 110m, 너비 19m의 전용 계류장을 짓고 있다. 125억원을 들인 계류장은 올해 말 준공이 목표다. 지역 대표 관광지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태화호는 애물단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가장 가능성이 큰 분야는 관광이다.

일각에서는 울산 남구가 2013년 4월 도입한 550톤급 고래바다여행선을 태화호가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완성차, 조선업, 석유화학 등 울산의 대표 산업을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산업관광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자는 말도 나온다. 다만 운항 노선 개발과 허가, 남구 등 지자체와의 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쪽은 “전용 계류장으로 옮긴 뒤 다양한 활용 방안을 고민하려 한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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