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뽕나무라 우기지 마라

수돗가 물통에 꾸지뽕 묘목 두 개가 담겨 있다. 밭 언덕 끝자락에 심어보려고 아파트 화단에 새싹이 올라온 것을 비 오기를 기다렸다가 두 개를 뽑아 온 것이다. 하지만 지인들에게 꾸지뽕나무를 심어보겠다고 했더니 심지 말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고민 중이다. 꾸지뽕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으면 번식력이 대단해서 사방팔방에서 싹이 돋아나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나무 주변이 엉망이 되어버린다고 했다. 그런데 굳이 그런 나무를 심어 일거리를 늘리고 싶냐고 되물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아파트에서도 새싹을 분명히 잘라냈는데도 이듬해 보면 여기저기에서 싹이 우후죽순 솟았다. 오래된 아파트라 조경이랄 것도 없는 화단에 누군가는 몸에 좋은 나무여서 심었을 터인데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꾸지뽕나무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뽕나무도 아니면서 누에를 키우기 위해 대접받는 뽕나무가 부러워 자기도 굳이 뽕나무라고 우긴다고 해서 꾸지뽕나무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왜 그런 말들이 떠도는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열매와 뿌리. 가지와 잎까지 나무 전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나무가 꾸지뽕나무이다. 또 뽕나무보다 목질도 단단하고 껍질에는 질긴 섬유질이 풍부하여 예전에는 활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목재로 활용 가치가 높다.
우려 놓은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구수하고 조금 쌉싸래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살짝 나뭇잎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숲의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모두가 만류하는 나무를 심고 싶은 이유는 차의 구수한 맛과 향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차의 재료를 자급자족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한결 더 깊어진 차 맛이 나를 수돗가 물통 앞으로 이끈다. 강한 햇살에 잎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더는 망설이지 말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삽을 들었다. 최대한 밭에서 멀리 떨어진 곳 밤나무와 분홍 아까시나무 사이에 심을 장소를 정한다. 나무 한 그루에 일거리가 늘어나면 얼마나 늘어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차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일거리를 늘려보자. 새싹이 우후죽순 돋아나 다른 나무에 피해를 주면 잘라주면 될 터이고, 열매가 익어 미처 수확하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면 뭇 생명들에게 나누면 되지 않겠는가. 구덩이를 파 나무를 넣고, 물을 듬뿍 준 다음 나무를 심었다.
얼마나 자라야 잎을 따서 차를 덖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꾸지뽕 잎 차에는 쓸모 많은 유익한 성분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관절 통증을 다스리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중풍을 예방한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여성들의 질병에 쓰임이 많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주요 성분이라 할 수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항암치료에 효능이 있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나무임이 입증되었다.
반짝이는 햇살이 꾸지뽕나무에 잘게 부서져 스며들고 있다. 부디 이 무더위를 잘 이겨내고 땅과 한 몸이 되어 잘 자라주기를 바라며 흙을 다져준다. 대접받던 뽕나무보다 내가 더 많이 대접해줄 테니 내 땅에서는 굳이 뽕나무라고 우기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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