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폭염 휴식 보장 의무화 12일째…현실성 있나?
17일부터 2시간 일하면 20분 쉬어야
체감온도 33도 이상 야외노동자 대상
건설·청소·택배 근로자 등 사각지대 여전
"몰랐던 사실…정착까지는 시간 걸릴 것"

"폭염 휴식 의무화…현실적으로 잘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29일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 최고 기온이 36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날씨에도, 건설 노동자들은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작업에 한창이다. 안전모와 두꺼운 작업복 신발·장비 탓에 인부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더 뜨거웠다.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작업에 집중했다.
이들은 중간중간 업무가 끝날 때마다 한 가운데 처진 천막 안에 모여 휴식을 취했다. 기온이 더 뜨거워진 오후 시간에도 이들의 작업은 계속됐다.
50대 이모 씨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도 이 날씨엔 고장나겠다. 공사 현장에 있다 보면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국가에서 폭염을 대비해서 많은 정책을 만들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휴식 의무화가 아닌 일시 작업 중지가 현실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인근 북구 임동 일대에서도 10여명의 노인 노동자들이 더운 시간대 야외 활동을 피하고 그늘 등지에서 쉬는 모습을 보였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인도 주변 미관을 가꾸던 이들은 마땅히 쉴만한 공간을 찾지 못해 인근 상가에 그늘진 곳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60대 김모 씨는 "용돈이라도 벌어 쓰려고 하는데, 여름철에 일하는 건 힘이 들긴 하다"며 "휴게시간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한 사람이 쉬면 바로 옆 노동자에게 업무 하중이 가해질 뿐이다. 폭염 휴식 의무화가 잘 지켜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지난 17일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됐다. 정부는 체감온도가 33도가 넘는 폭염 속 일하는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을 의무화했다. 여기에 사업주는 31도 이상 폭염 작업 시 냉방·통풍장치 가동, 작업시간대 조정, 주기적인 휴식 부여 등에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정부 부처에 폭염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이같은 개정안들이 실제 현장을 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물, 그늘, 휴식만을 강조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택배·배달 등 이동 노동자들은 뛰면 뛸수록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와같은 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휴식은 현실적으로 더 쉽지 않다. 30대 장모 씨는 "택배산업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날씨 등 외부적 영향이 있더라도 정해진 할당 물량을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 힘든 구조이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폭염 작업 시 휴식 의무화 지침'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가 지난 25~27일 건설노동자 9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29일 보면, 응답자의 42.7%가 폭염특보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이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32.9%였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