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조를 찾아라
[사실과 의견]
[미디어오늘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데이비드 대현 조(David Dae-Hyun Cho)에 관한 국내 자료를 암만 뒤져도 (교포 신문의 단신 외에는) 없다. 이번 글을 위한 사례를 찾다가 나도 뒤늦게 그를 알게 됐다. 영문 자료에 기초하여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이 지면에 소개한다.
한인 교회 목사와 장로인 부모 아래 태어난 데이비드 조는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자랐다. 줄리어드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것만 해도 대단한데, 다시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 석사, 경영 석사, 국제관계 석사를 차례로 취득했다. 1995년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1997년 뉴욕타임스 인턴을 거쳐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 더스타레저에서 일했으며, 2001년 워싱턴포스트로 옮겼다. 세계금융위기를 다룬 기사로 2009년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이 주는 경제보도상, 제약회사의 연구용역 비리를 폭로한 보도를 지휘하여 2013년 조지포크 의학보도상, 미 정보기관의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취재팀을 지휘하여 2014년 퓰리처 공공보도상을 받았다.
다채롭고 화려한 학력, 지역 신문에서 유력 신문으로 옮긴 (미국 기자의) 전형적 이력, 경제·과학·정치를 넘나드는 취재 역량에 경탄하는 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이후 10년의 일 때문에 우리는 데이비드 조를 알아야 한다.
2016년 그는 워싱턴포스트의 경제부장이 됐다. (요즘엔 망가지고 있지만)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가 인수하여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던 시절, 경제 뉴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유료 독자 급증을 이끌었다. 그 절정이던 2021년, 다우존스가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배런스의 편집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도 혁신을 이끌어 올해 3월 다우존스 뉴스 부문 총괄회장으로 승진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7월 초, 경제전문방송 CNBC의 모든 플랫폼·콘텐츠를 통합 지휘하는 편집국장에 임명됐다.
그의 승진과 채용을 알리는 기사를 보면, '전략적·미래적 사고'로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독려했다', '관리했다', '감독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기자로서 수상 이력보다) 지휘·독려·관리·감독의 성취 덕분에 일간지 부장에서 경제주간지 국장으로, 다시 전국방송 국장으로 옮긴 것이다. 데이비드 조와 같은 뉴스룸 리더가 해외에선 흔하다. A 신문 국장이 경쟁사인 B 신문 국장으로 옮기고, C 방송 부장이 새로 생긴 D 뉴미디어 국장으로 이직하는 게 자연스럽다. 기자들도 '이적(移籍) 리더십'을 따른다. 뉴스룸 리더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그 길을 닦지 못했다. 기업, 대학, 정당, 심지어 스포츠 구단조차 다른 조직의 검증된 중간 또는 최고 리더를 스카웃하는 시대지만, 한국 뉴스룸은 (입사 시기에 따른) 연공서열주의와 (입사방식에 따른) 조직순혈주의에 따라 기수별로 팀·부·국의 리더를 고른다. 개인으로서 기자 역량과 구분되는, 정보 판단·관리·지휘의 전문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자들은 전문적 리더십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경찰·검찰·정당·대통령실·특파원 등을 거치는 경력 관리, 그리고 서로 좋은 게 좋은 사내 평판 관리에 주력한다. 그랬던 이가 국장이 되면, 그 지휘를 받는 기자들도 매양 그 수준에서 취재하고 보도한다.
이런 관행을 반세기 이상 거듭한 국내 언론이 지난 한 달여 동안 리더십을 많이 다뤘다. 대통령, 장관, 수석 등의 전문성을 검증하거나 비평했다. 그 잣대로 뉴스룸 리더십의 제도·문화·관행을 바꾸면 좋을 것이다. 뉴스룸 역량을 높이는 열쇠가 국장, 부장, 팀장의 수준에 달렸기 때문이다. 현장 기자의 재량권이 적고, 데스크의 권한이 절대적인 한국 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데이비드 조가 국내 언론에 몸담았다면, 소속 언론사를 바꿔가며 뉴스 품질 향상과 뉴스룸 혁신을 연이어 성취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리더십 검증의 시기에 한국 기자들이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정부, 정당, 기업의 리더에게 한국 언론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 전문적 리더가 당신의 언론사에 있는가. 즉, 데이비드 조가 있는가. 데이비드 조를 육성하는 제도·문화가 있는가. 다른 언론사의 데이비드 조를 데려와도 좋은가. 무엇보다, 당신은 데이비드 조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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