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WSOP 첫 파이널 진출 한국인, 1000억 해킹 피해 기업 의장이었다

김태현 기자 2025. 7. 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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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포커계 최고 무대인 WSOP 메인 이벤트에 한국인이 최초로 파이널 테이블에 진출해 13억원의 상금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1000억원 규모 해킹 피해를 당한 블록체인 기업 오지스의 이대형 의장으로 밝혀지면서 "피해 책임은 안지고 포커나 치러 다니냐"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우먼센스] 전 세계 포커계의 최고 무대인 월드시리즈오브포커(WSOP) 메인 이벤트에 한국인이 최초로 파이널 테이블에 진출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인물이 1000억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당한 블록체인 기업 오지스의 이대형 의장으로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대형 오지스 의장이 프로 포커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꿈의 무대에 진출해 화제가 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 세계 포커인의 꿈, WSOP 메인 이벤트 파이널 진출

WSOP 메인 이벤트는 참가비만 1만 달러(약 1300만원)에 달하는 전 세계 최고 권위의 포커 대회다. 올해 대회에는 9735명이 참가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으며, 우승자에게는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상금이 주어진다.

한국인으로는 방송인이자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널리 알려진 홍진호가 누적에서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지만, '꿈의 무대' WSOP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 진출은 이번이 최초다. 이대형 의장은 최종 9위로 대회를 마감하며 100만 달러(약 13억원) 상금을 확보했다.

포커 업계는 이번 성과를 역사적 쾌거로 평가하고 있다. 한 프로포커플레이어는 "WSOP 메인 이벤트는 모든 포커플레이어의 꿈이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무대"라며 "한국인 최초로 파이널 테이블에 진출한 것은 엄청난 업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대형 의장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오지스는 2024년 1월 1일 자사가 운영하는 크로스체인 플랫폼 '오르빗 브릿지'가 해킹당해 8150만 달러(약 109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한 사건 당사자다. 해킹 사건 발생 후 1년 반이 넘게 지났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이대형 의장이 포커 대회에 참가한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오지스 해킹 피해자들 "사재 털어서라도 복구 의지 보였어야"

한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재를 털어서라도 복구 의지를 보였어야 하는데, 피해 책임은 안지고 포커나 치러 다니냐"며 비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1년 넘게 믿고 기다려준 사람 대우가 이런 식이냐"며 "이제 무슨 말을 하든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WSOP 메인 이벤트 참가비가 1만 달러인 점을 들어 "판돈도 복구 의지에 보태야지, 그 돈은 어디서 났느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는 "오지스 자산 매수에 보태야 할 돈을 포커에 썼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포커계와 블록체인 업계 엇갈린 반응

포커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WSOP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 진출은 참가자 개인의 실력과 운이 결합된 결과이며, 한국 포커의 위상을 높인 쾌거라는 시각이다.

반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오지스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킹이 발생했을 경우 타임라인과 계획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원칙인데 계획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본적인 대처를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오지스 측은 "생태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오지스 측은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해 공격자를 추적하고 탈취 자산의 동결과 회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르빗 체인(ORC)이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을 받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24년 3월 빗썸과 코인원은 "소명자료와 후속 대처만으로는 보안 이슈가 해소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국인 최초의 WSOP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 진출이라는 역사적 성과가 기업 경영 논란으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는 상황이다. 포커계의 쾌거와 투자자들의 분노가 교차하는 가운데, 오지스가 어떤 방식으로 신뢰 회복과 피해 복구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지스 해킹 사건은 단순한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 소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최진한 오지스 대표는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희망퇴직한 CISO(최고정보보호책임자)가 방화벽을 취약하게 만들었다"며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지스 측에 따르면 A 씨는 퇴직 이틀 전인 2023년 11월 22일 임의로 사내 방화벽 주요 정책들을 변경했고,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에 대한 언급 없이 2023년 12월 6일 퇴직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된 2024년 1월 1일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어찌됐든 소통 부재와 구체적인 복구 일정 없이 1년 반 넘게 보냈다"며 "의장이 침묵을 유지하면서 포커나 치러 다니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포커 대회 참가 논란과 관련해 오지스 홍보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장님 개인 활동은 오지스 측에서 아는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대형 의장이 미국 포커 대회에 참석한 것이 회사 근무와 무관한지, 현재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묻자 "의장님이 저희 회사에 상주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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